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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 우리들의 천국

 

 

 

우리들의 천국

/박준

곁을 떠난 적이 있다 당신은 나와 헤어진 자리에서 곧

사라졌고 나는 너머를 생각했으므로 서로 다른 시간을

헤매고 낯익은 곳에서 다시 만났다 그 시간과 공간 사이,

우리는 서로가 없어도 잔상들을 웃자라게 했으므로 근처

어디쯤에는 그날 흘리고 온 다짐 같은 것도 있었다.



- 박 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문학과 지성사

 

 

 

 

우리를 붙잡고 있는 “서로”는 늘 ‘여기’에 묶여있다. “곁”이면서 “다른 시간”을 헤매고, 헤매면서 “다시” “곁”이라 여기고 그 자리를 돌아본다. 그 “시간과 공간 사이”에는 내가 있으면서 없는 자리다. 과거에 단단하게 용접된 현재의 ‘여기’는 늘 과거라는 유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새로울 것이 못되는 어딘가의 “너머”가 지속하는 곳을 “천국”이라고 불러본다. 언제나 동일한 현재이거나 언제나 동일한 과거라는 시간에게 ‘기억’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잔상”이 시작되는 시간은 어디서도 시작하지 않는다. 다만 “공간”만 있을 뿐.

/권오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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