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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소유대신 관계에서 행복을 찾아야

 

 

 

삶에 대한 배움과 인생의 교훈을 담은 1994년에 출간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사랑받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은 자신의 스승 모리를 기억하면서 책을 썼다. 저자는 기자로서 언론 일을 하며 죽음에 관한 기사도 많이 다루었던 사람이다. 일주일에 한 번, 노은사 모리의 집에서 이뤄진 인생수업. 교과서도 필요 없고 성적 평가도 없는 수업이었다. 사랑, 일, 공동체 사회, 가족, 나이 듦, 용서, 후회, 감정, 결혼, 죽음 같은 인생의 주제들을 논의했고, 졸업식은 모리 선생의 장례식이었다. 저자는 모리 선생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책으로 썼다.

모리 선생님은 20년 넘게 대학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친 교수이고, 루게릭병에 걸렸다. 천천히 근육이 위축돼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 루게릭병이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생명이 사그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모리 선생님은 심장마비처럼 갑자기 죽음을 맞는 부질없는 일을 피하려고 멋진 생각을 해냈는데 그것은 마지막 여행을 위해 짐을 꾸리는 것이었다. 그는 고통을 당하고 난 다음에 고통 받는 사람의 감정을 더 또렷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또 병을 앓은 후에야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이 인생에서 배워야 할 요소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나이 듦과 병을 100% 피할 수 없다. 병은 불청객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자신이 그 병을 앓지 않은 이상 환자의 고통을 100% 이해하는 의사는 없다. 모리 선생님은 죽음과 삶, 질병과 생명이 어떻게 공존하는지 짧은 시간 동안 보여 주었다. 분노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며 자신 안에 있는 삶과 죽음을 모두 껴안았다.

모리 선생님은 죽음과 직면할 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세상을 충분히 경험 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계적으로 사물을 대하기 때문이다. 삶은 느끼고 바라보며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훈련 과정이다. 무지하고 미련하게 내 병을 원망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병과 삶을 모두 포용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경험할 것인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그동안 애쓰면서 잘 살았다. 내가 무모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고, 가끔씩 상의 없이 결정내린 일을 부인이 뒷수습하느라 가슴을 쓸어야 했던 적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일 좀 벌이지 말라 한다. 아무리 백세 인생이라 하지만 몸도 쇠해지고 있으니, 건강을 생각하라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라 한다. 이제는 진짜 이숙자 여사의 말을 들어야 할 때다.

병 앞에서 돈과 소유물이 소용 있을까? 죽음 앞에서 새 차, 부동산, 명품 가방이 필요할까? 모리 선생님은 죽어가며 가장 필요한 것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다정함이라고 말했다. 모리 선생님의 병세는 나빠졌지만 모리 선생님 집은 동료와 제자, 치료사와 간호사 등이 모여 사랑과 우정, 가르침이 넘치는 곳이 됐다.

인간에게는 소유 대신 관계의 행복, 마음의 평화, 다정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하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그들은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평생 내 곁에서 사랑으로 지켜주고, 묵묵히 인내해 준 단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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