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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전후 파리지앵들의 초상화

그 시대 탄생한 사상·예술·삶의 형식들
다양한 기록 통해 만들어진 과정 전개

 

 

 

1940년대 파리에서 탄생한 새로운 사상과 예술, 삶의 형식들은 일면 고루한 옛것이자 현실과 유리된 난해하고 추상적인 양식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이 전후 파리의 발명품들을 과거 한 시대를 설명하는 사조 정도로 치부하기 전에 좀 더 다양한 위치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 아녜스 푸아리에는 그 시대를 일구어간 이들이 남긴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들의 욕망과 선택, 행동이 만들어낸 경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책을 전개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저자는 사르트르, 보부아르, 카뮈, 베케트, 헤밍웨이, 아서 케스틀러, 마르그리트 뒤라스, 보리스 비앙, 마일스 데이비스, 쥘리에트 그레코, 자코메티, 피카소, 카르티에 브레송 등의 수많은 유명인과 좌안의 구성원을 소환한다.

그 방법은 풍부한 참고문헌뿐 아니라 이 인물들이 기획 및 결성하거나 남긴 잡지 등의 매체, 정치조직, 저작, 일기, 주고받은 편지, 메모, 사진 등 다양한 문헌과 시각 자료를 통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생존 인물들과 목격자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과, 심지어는 보부아르가 오래 거주했던 루이지안 호텔처럼 현존하는 장소들을 범행 현장 찾듯 방문해 그곳의 ‘분위기와 유령들’을 체험해 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은 머리와 몸으로 체화된 수많은 재료를 유려하게 엮어내, 대개 작품과 사상사·문화사적 업적으로만 접했던 인물들이 어떤 관계와 사회적 삶을 꾸렸고 어떤 세부 과정을 거쳐 각 성과의 단계에 도달했는지에 대해 생생하면서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는 일종의 계약 결혼을 하고 또 다른 연인 관계를 맺었고, 또한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 시의 적절하게 개입하는 사설에도 탁월했던 카뮈는 여성 동료들과 교류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지적인 여성을 두려워했다.

뿐만 아니라 유부남이지만 젊은 미혼의 여성을 사귀고 있던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그녀의 전 애인인 동료 작가를 사적 복수심 때문에 잡지 지면에다가 비판했으며, 보부아르는 ‘제2의 성’ 출간과 헌신적 아내 역할 수행이라는 욕망의 충돌을 겪고 책의 출간 후에는 좌안의 여러 남성 작가들에게 낙태를 조장한다거나 프랑스 남성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케스틀러의 경우에는 그가 반유대주의의 피해자였지만, 비서와 편집, 가사노동, 성적 파트너 역할을 모두 했던 마메인에겐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

저자는 과거 냉전이 새로운 세계 질서로 확립되는 것을 막는 데는 끝내 실패했을지 몰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여전히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기준을 수립한 이 책의 주인공들을 통해 그 시대의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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