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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판문점 회동은 “실질적 종전 선언”일까?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지난 3일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이 있기 직전, 미국이 유엔 회원국들에게 대북제재 결의 규정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판문점 회동에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불과 사흘 만에 바뀐 것이다. 이런 북한의 반응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생각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판문점 회동)을 통해 남북에 이어 북-미 간에도 문서상의 서명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의 종식과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말로 지난 판문점 회동이 “일종의 종전 선언”이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 근거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 또, 우리를 사정권에 두고 있는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는 북한을 두고, “남북”간의 평화가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종전 선언이나 평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 비핵화 없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핵이 있는 상태에서는 평화라는 단어 대신 “균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즉, 핵이 있는 상황에서는 “균형적 상태”와 “불균형적 상태”가 있을 뿐이지, 이런 상태를 두고 평화라고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무력 사용이 없는 상황이기에 평화라고 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는 단순히 무력 사용이 없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이라도 무력 사용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인지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 미국의 입장부터 생각해 보자. 트럼프-김정은 간의 판문점 회동 직후 트럼프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 서두르면 항상 실패를 하게 된다”며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판문점 회동 이전과 이후, 미국의 입장 차이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북한 역시 “종전 선언”이나 “평화”를 말할 수 있는 “행위적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었고,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핵시설을 중단하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있고,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국가예산의 20%를 국방비에 붓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두는 등 평화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판문점 회동을 평화 혹은 실질적 종전 선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자칫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 정상화의 첫 걸음을 뗀다고 가정할 때, 이런 상황을 과연 미북 간의 평화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진전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요새 미국 고위 관리의 입에서 “핵 동결”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NYT가 미국 정부의 입장이 “핵동결”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보도를 하고 난 후,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이라면서도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당국자의 입에서 “핵 동결”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는 처음에는 1년 이내에 북한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큰 소리 쳤다가, 슬그머니 임기 내 비핵화로 입장을 선회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까 임기 내는 고사하고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어, 재선을 앞둔 시점에서 어떻게든 또 한 번 목표를 바꿀 수밖에 없고, 그것이 핵 동결 카드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만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북한의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입에서 평화나 종전을 말 할 수 있을까? 종전 선언, 한반도 평화는 우리 모두의 숙원이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진정한 평화”지,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서의 “불균형”은 아니다. 이 점을 권력의 핵심을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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