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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꽃보다 아름다운

 

 

 

장미꽃 진자리 초록이 자리를 채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잎을 넓혀간다. 헐렁하던 가지사이가 푸른 것들로 빼곡하다. 허공에도 지분이 있다면 여름에는 나무에게 평수를 많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헛웃음 친다.

매일 매일이 다르게 자라는 푸른 잎들처럼 우리 집에도 꽃보다 아름다운 꽃이 자라고 있다. 새 생명이 태어난 지 2년이 되어간다. 아기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날로 새롭다. 탯줄을 자르고 엄마 젖을 빨고 그리고 배냇짓을 하고 울고 웃으며 자라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신비감이 느껴진다.

아이가 첫돌이 되면서 지인들 초대하고 이렇게 예쁜 아이 낳고 가정을 이루며 잘 살고 있다고 뽐내던 아들 내외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365일을 기록하고 그것을 편집한 영상을 볼 때는 철부지인 줄 알았는데 부모가 되어 저렇게 역할을 해내고 있구나 싶어 콧잔등이 시큰했다.

생후 10개월 정도부터 걸음마를 시작했고 잔병치레 없이 잘 자랐다. 낯가림도 별로 없고 그저 먹고 자고 놀고 하는 순둥이였는데 첫돌이 지나면서 고집도 생기고 내 것에 대한 욕심을 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자아가 형성되고 좋고 싫음을 분명히 표현하며 기쁠 땐 함박꽃처럼 웃고 슬프거나 욕구불만이 있을 때는 벌레 먹은 꽃처럼 찌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입을 벌리고 입에다 넣으라고 손짓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은 손을 잡고 끌고 간다. 재미있으면 자지러지게 웃고 아기가 우는 동영상을 보면 본인도 훌쩍이며 우는 모습이 정말이지 귀엽다.

아기가 자라는 만큼 부모역할도 충실히 해낸다. 인터넷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고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야무지고 똑똑하게 육아를 한다. 우리네 자식 키울 때 하고는 사뭇 다르다. 보는 시선에 따라서는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고 최고로 키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마른 논에 물들어가는 소리와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이 가장 보기 좋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제이며 비타민이다. 자식을 낳으면 키울 때 순간순간 기쁨을 주는 것으로 효를 다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보는 순간순간이 기쁨이다.

보는 대로 따라하는 아기를 보면 자식이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따라하고 배우니 부모가 혹은 주변 사람이 얼마나 바르게 행동하고 말해야 하는지 두렵기까지 하다. 바른 먹거리와 바른 식습관을 들이는 것만큼이나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느낀다.

가족이 모이면 모임의 중심에 아기가 있고 아기의 재롱이 우리를 웃게 한다. 그 앙증맞고 작은 몸짓으로 가족들을 들었다 놨다하면서 기쁨을 준다.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고 뭔가 서운하면 아쉬운 티를 낸다.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말썽도 피우고 일도 만들어 놓지만 그 과정 과정이 성장하는 순간들이다.

아파트에도 아기 울음소리가 많이 줄었다. 저출산 때문일 게다. 출산과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자식 갖는 것을 꺼리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자녀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자식이 주는 기쁨이 열심히 살게 하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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