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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응급구조 닥터헬기, 이·착륙 가능해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지 얼마돼지 않았을 때다. 안양에서 응급 재난구조 종합훈련을 마치고 관련 기관단체장들이 상황실이 설치된 천막 안에 둘러앉았다. 이 지사 주재로 훈련 후 강평과 함께 관련 기관들이 차례로 긴급재난 시 역할을 이야기 했다. 그때 병원마크가 새겨진 헬멧을 쓰고 완벽한 복장을 갖추고 앉아있던 이국종 교수가 ‘닥터헬기 비상착륙 문제’를 제기했다. “오래 전부터 닥터헬기 이야기가 오갔지만 누구하나 속 시원한 답변이 없다”고 이야기 한 걸로 기억된다. 필자도 그 자리에 재난구호위원으로 참석해 이 교수의 단호한 어조(語調)로 도지사에게 건의하는 걸 들었다. 이국종 교수가 누구인가? 오만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피랍되어 심하게 부상당해 사경(死境)을 헤매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살린 중증 외상 치료분야 권위자가 아닌가. 그때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중증외상센터는 국내 외상외과의 마지막 보루다. 국제표준에 맞는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도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 작금의 상황을 보건대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에서, 국가 공공의료망의 굳건한 한 축으로서 선진국 수준의 중증외상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가 펴낸 중증외상센터의 기록을 담은 ‘골든아워’서문에서 그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중증외과 의사로서 품고 있던 이러한 그의 우려가 이재명 도지사의 화답(和答)으로 씻겨 내렸다.

지난 달 27일로 이재명호(號) 출범 1년이 지났다. 경기도가 민선7기 출범 1주년을 맞아 도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도민 51%가 잘했다는 평가다. 만19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이재명 도지사 역점 사업 가운데 ‘24시 닥터헬기 사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국종 교수가 끈질기게 제기한 ‘외상 골든타임 확보’염원이다.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24시간 상시 운영되는 응급의료전용 ‘닥터헬기’가 도내 공공청사와 학교운동장 등에서 자유롭게 뜨고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아주대학교 병원은 도청상황실에서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물론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도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도내 31개 시·군 내 공공청사, 학교 운동장, 공원 등 2천420개소에서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소방헬기가 이·착륙이 가능했던 588곳보다 무려 1천832곳이 늘어났다. 그간 민원 발생 등의 이유로 응급의료헬기가 이·착륙하지 못해 도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시급(時急)을 다투는 중증외상환자의 골든아워(golden hour) 확보가 가능해져 중증환자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듯하다. 환자인계를 위한 이·착륙장소가 확보되지 않다보니 최근 3년간 80여건의 헬기출동 기각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닥터헬기가 운영되는 광역단체는 인천, 전남, 강원, 경북, 충남, 전북 등 6개 지역뿐이다. 하지만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인계할 수 있는 닥터헬기 이·착륙장은 전국적으로 불과 828곳이다. 24시간 응급의료헬기 운영이 당연한데 장애가 많은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현실의 벽에 막혔던 닥터헬기 항공망을 경기도 일원에서 갖추게 되어 다행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응급구조를 담당하는 일은 현행법상 ‘긴급재난’에 해당되는 만큼 사람의 모습이 위태로운 긴급 상황에는 주거침입이나 재물 손괴 등의 행위가 허용된다. 헬기를 내릴만한 회사운동장이 잠겨있을 경우, 과감하게 헬기를 내려도 된다”며 “오늘 협약된 공공기관, 학교를 기본적으로 활용하되 소방재난본부 지침 등을 만들어 비상상황에는 ‘긴급재난’의 형태로 착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닥터헬기 비상 착륙을 책임지겠다”며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닥터헬기 이·착륙을 망설이는 일이 빚어지지 않도록 닥터헬기 비상착륙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국종 교수는 “단순하게 헬기가 착륙하는 지점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 생명을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문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삶과 죽음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밑돌이 튼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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