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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세 번째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양자택일 표결 한몫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8천590원)의 인상률 2.9%는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1988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가장 낮았던 것은 IMF로 경제난을 겪었던 1998년 9월∼1999년 8월(2.7%)이었다.

2010년 인상률 2.8%이 그 다음으로 낮았고 이번 인상률이 뒤를 잇는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3%에 못 미친 것도 이들 세 차례뿐이다.

소득주도성장과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국정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해마다 7∼8%씩 오른 것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나쁜 경제 여건을 고려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경제 형편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의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최근 어려운 경제 여건에 대한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위원장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제 생각보다 다소 낮게 결정이 돼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수준으로 정해진 것은 의결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심의에서 특징적인 것은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이 표결에 부쳐진 점이다.

해마다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보다는 표결로 의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용자안은 최저임금의 적정 수준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고 근로자안은 높을 가능성이 커 양자택일은 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 중 어느 한쪽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근로자안보다는 낮고 사용자안보다는 높은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익위원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거의 항상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공익위원이 맡는다.

가장 최근에 사용자안이 표결에 부쳐져 채택된 것은 2017년 적용 최저임금을 의결한 2016년 심의다.

그러나 당시 표결은 노동계가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됐고 사용자안도 공익위원이 제시한 구간 안에서 제시됐다.

이번 심의에서도 공익위원들은 사실상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 가능 구간을 제시했다.

지난 10일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수정안으로 9천570원(14.6% 인상)을 제시한 노동계와 8천185원(2.0% 삭감)을 제시한 경영계에 한 자릿수 인상률의 2차 수정안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공익위원들도 한 자릿수 인상률 요청이 공식적으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심의에서 공익위원들은 한 자릿수 인상률을 요청한 것 외에는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다.

공익위원들은 한 자릿수 인상률을 요청한 바로 다음 날인 11일 제12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에 표결에 부칠 '최종안'을 내라고 최후통첩 식으로 요청했다.

당시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들의 요청에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위원들의 주도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갑자기 최종안을 내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마지노선인 오는 15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노사 양측이 내놓은 최종안이 표결에 부쳐져 이날 새벽 내년도 최저임금이 의결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용자 입장이 많이 반영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의결을 '최저임금 참사'로 규정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소득주도성장 폐기'로 간주하며 총파업을 포함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들이 좀 더 시간을 들여서라도 노사 양측의 입장을 좁힌 다음,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안을 표결에 부쳤더라면 내년도 최저임금의 수용성을 높였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수기자 khs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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