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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평생을 함께 살아오면서 늘 티격태격 다투며 살아 왔다. 그러는 새 세월은 가고 자식들도 다 출가를 시켰다.

노부부는 그때까지도 사사건건 다투며 살고 있었다. 하루는 작은 일을 가지고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줄 큰 싸움을 벌였다. 이에 노파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더 이상 영감하고는 살 수가 없어요. 평생을 참고 살아왔지만 이제 출가한 자식들도 다 가정을 이루었으니 우리 돌아섭시다”

이 말에 영감이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좋아. 난들 당신이 좋아서 참고 살아온 게 아녀! 우리 이혼해!”

그리하여 노부부는 합의이혼을 하고자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사연을 들은 변호사도 그들의 말에 수긍했다. 이혼을 돕기로 결정을 내린 변호사는 그들 부부를 데리고 통닭집으로 들어갔다.

변호사는 노부부를 보며 말했다.

“어쩌면 이 식사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맥주나 한 잔 드시면서 할 말이 있으면 다 하세요”

그러자 노인은 눈앞에 놓인 통닭을 집어 들었다. 이것이 마지막 식사라니, 허무한 생각에 그는 평소 가장 맛있게 먹던 통닭의 날갯죽지를 북 찢어서 노파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이게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야. 먹어”

노파가 영감이 내민 날갯죽지를 밀어내며 소리 쳤다.

“이러니 내가 살 수가 있나”

“왜?”

“당신은 내가 날갯죽지보다 다리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도 몰라! 평생 자기 생각만 하고 사는 인간하고 어떻게 살아”

그들 노부부는 그렇게 화를 내며 헤어졌다. 노인은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아니, 나는 날갯죽지가 제일 맛있어 주었는데 마누라는 다리가 제일 맛있다니? 허허, 내가 그건 미처 몰랐네. 평생을 함께 살면서도 그것만은 몰랐네, 그려. 후회를 한 노인은 노파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파는 당연히 노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받지 않았다. 그러자 휴대전화로 문자가 들어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영감의 문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노파는 그 문자조차 무시해 버렸다. 그리고 밤새 곰곰히 생각했다. 괘씸한 영감이라고. 내가 닭다리를 좋아 한다는 것도 모르는 그런 영감하고 평생을 함께 살았다니.... 노파는 밤새 몸을 뒤척이며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음날 새벽녘에 불현 듯 한 가지 깨달음에 이르렀다. 아냐, 그런 나도 평생을 살아오면서 우리 영감이 다리가 아닌 날갯죽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잖아. 그만큼 나도 영감에게 무심했어. 오직 내 생각만 했지 영감 생각은 하지 못한 거야. 그런 깨달음에 이른 노파는 이튿날 날이 새자마자 영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기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김 형삽니다.”

놀란 노파가 물었다.

“김 형사라뇨? 우리 영감이 뭔 죄라도 지었나요?”

“아닙니다. 영감님께서 간밤에 심장마비로 돌아 가셨습니다”

통닭 하나로 깨달음을 얻었지만 통닭 하나로 영영 사별하게 된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주변에선 이런 사소한 배려가 부족해 엉뚱한 오해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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