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베이다오

서랍 자물쇠로 자신의 비밀을 채운다

좋아하는 책위에 소감을 남긴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묵묵히 잠시 서서

바람 속에서 행인을 훑어보다, 조금도 거리낌없이

네온사인 깜빡이는 쇼윈도를 살핀다

전화통에 동전 한 닢 던져 넣고

다리 아래 낚시하는 노인에게 담배 한 개비를 청한다

강 위의 증기선이 광활한 기적을 울렸다

극장 입구 어둠 침침한 전신 거울 앞에서

담배 연기를 뚫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커튼이 은하수의 수다를 차단할 때

등불 아래서 색 바랜 사진과 메모를 펼친다

- 베이다오, ‘한밤의 가수’ / 문학과지성사·배도임 옮김

 

 

 

 

베이다오는 ‘삶’을 자아의 창조와 자아에게 보장되는 자유에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서랍 자물쇠로 자신의 비밀을 채’울 수 있는 ‘좋아하는 책 위에 소감을 남기’는 소소한 자유에 베이다오의 ‘삶’이 의미한다. 그는 자신을 “국가에서 해고당한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했다. 중국의 ‘문혁’을 겪으면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그의 가족은 유럽과 미국을 유랑하며 잦은 이사를 하며 살고 있다. “잃어버린 정의”를 되찾고자 시대에 철저한 부정적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삶은 “표류 속에서 자신을 파악하는” 방랑기의 내면을 갖게 된다. 밤이 되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전화통에 동전 한 닢 던져놓고’ ‘담배 연기를 뚫고 나를 응시하고 있다.’ “동양의 방랑자”로 살아온 나는 조국을 그리움으로만 품어야 한다. 정의와 진리를 되찾은 새로운 조국을…, 진정한 ‘삶’을./박소원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