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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혐한(嫌韓)과 반일(反日)사이

 

최근 일본의 느닷없는 무역제재로 양국간 갈등은 물론 한국 국내의 반응도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흔히 한일관계는 담벼락을 가운데 두고 아웅다웅하는 옆집이웃 같이 비유한다. 그러나 역사적 관계를 돌이켜보면 임진왜란이나 경술국치로 칭하는 불법 한일합병과 36년 일제침탈로 보면 늘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과 관계훼손의 역사였다. 현대사 120년 동안 일본은 한반도 침탈이나 그에 대한 역사왜곡, 정신대 피해자에 대한 자세, 독도영유권 주장 등에서 보면 알 듯이 진실에 대한 겸손한 자세는커녕 상대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우리가 기억하는 일본의 모습이었다.

일본에 대해 우리 국민의 대체적 인식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 정치세력이나 일부 언론은 일본의 주장에 무게를 두고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해 한국정부와 국민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본말전도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심히 부끄럽고 우려스럽다.

필자는 지금 일본 정권의 비상식적 제재정책과 국수적 언론이 부추기는 혐한 여론에 대해 한국 정치권과 언론은 용어에서부터 유념해서 지켜보아야 한다.

이를테면 우리 국민의 정서 속에 깊게 자리한 감정을 ‘반일(反日)’이라고 하는데, 일본 정치권과 일부언론에 의해 일본국민속에 형성된 정서를 ‘혐한(嫌韓)’이라고 표현한다. 용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반일’은 일본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이고, ‘혐한’은 한국인을 혐오한다는 뜻이다. ‘혐오’의 사전적 의미는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으로 돼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현상은 ‘자기보다 약하며 좀 더러워 보이는 대상에 대한 우월적 감정’에서 나타난다. 가령 우리가 파리나, 바퀴벌레, 뱀, 쥐 같은 곤충류나 파충류, 설치류 같은 것들에 대해 혐오증을 느끼거나, 노숙자, 청소노동자, 장의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에도 동일한 표현으로 쓰기도 한다. 결코 자기보다 강하다고 느끼는 대상에 대해서는 ‘혐오’라는 표현대신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일본은 한국을 최소한 자기들과 동등하다거나 강하게 느끼지는 않는다는 반증으로서 혐오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에 심히 불쾌하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우리는 왜 반일, 친일이라고 표현하고 저들은 왜 우리를 혐한 이라고 표현하는 언론의 자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본국에 대해 갖는 감정은 대등한 개념의 친일 반일로 쓰고 일본국이 한국에 대한 감정은 혐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앞서 제시한대로 한국 혹은 한국 사람에 대해 마치 벌레 보듯, 가난한 노숙자 보듯이 뭔가 함께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기는 감정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라고 하겠다. 혐오의 대상이 되고도 어찌 상대를 존중하겠는가? 7월 11일자 보도에 의하면 아베 총리가 주장한 불화나트륨 수출에 대한 한국에 대하여 우려를 제기한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1996년, 1997년 두 차례 북한에 밀수출한 것이 밝혀진 것을 보면 적반하장도 이쯤이면 인면수심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의 ‘혐한감정조성’이라는 가증한 국민기만 여론을 보며 그것은 어쩌면 우월적 감정이라기보다 정신문화적 열등감, 혹은 역사적 패륜의 방어적 감정이 노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도의 문명화된 지구촌 시대에 사람이 사람을, 국가가 국가를 혐오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면서 일본 정권의 시대착오적이고 반평등적, 반평화적인 행태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다. 더 이상 반역사적 정치행위로 한반도평화의 방해세력이 되거나 반평화적 열등국가로 치닫지 않길 바란다. 아울러 우리나라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도 일본의 혐한 인식에 부합하는 부화뇌동을 멈추고 일본의 왜곡되고 잘못된 정치행위와 여론호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대응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그럴듯한 경제적 논리로 자국의 국민을 혐오의 대상, 경제적 노예로 방치하기보다 국가와 국민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공의로운 정치와 언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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