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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다시 한 번 현장이 답이다

 

 

 

경제가 아프다. 기업도 아프고 개인도 고통스러운 시대다. 불황의 터널 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불안한 미래는 현재마저 잡아먹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현재를 야금야금 먹어 삼키는 위기가 멈추지 않고 연일 이어진다. 위기는 더 이상 변수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는 어떻게 터널 끝을 찾아 갈 것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반, 독일군의 거침없는 공세로 연합군은 속절없이 밀리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북아프리카는 롬멜이라는 걸출한 독일군 장군 때문에 영국군은 연이은 패배로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이에 영국의 처칠 수상은 북아프리카 전선의 상황을 뒤집을 만한 리더를 새로 뽑아야만 했다. 그때 유력한 후보로 몽고메리 장군과 사교계의 총아인 또 다른 장군 한명이 추천됐다. 그러나 처칠의 선택은 알다시피 몽고메리 장군이었다.

처칠은 사막이라는 ‘현장’에 주목했고, 그에 걸맞는 인물을 뽑았던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어울리는 인재를 뽑은 처칠보다 더 현장을 강조한 게 몽고메리 장군이었다. 독일군에 총공세를 펼치라고 채근하는 처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공격보다 현장 파악에 몰두했다. 사막의 지형을 파악하고 눈앞의 병사들을 강도 높게 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부족한 무기가 보충될 때까지 기다렸다, 마침내 모든 준비와 전선의 파악이 끝나자 위기에 몰려있던 영국군은 독일군을 북아프리카에서 몰아낼 수 있었다.

기업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고객은 책상 위에 있지 않다. 고객이 있는 현장, 고객이 원하는 제품의 생산과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1920년대에 미국의 자동차 시장은 포드의 ‘T’형 자동차 생산으로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포드는 단일 모델을 대량으로 생산해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포드의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GM은 포드의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의 욕구를 반영하는 고객 위주의 전략을 선택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발굴해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포드를 제친 것이다.

필자가 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조직을 방문하면, 그 조직의 현재를 넘어 미래까지 엿보일 때가 있다. 어떤 조직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의실에 몰려와 몇 시간이고 논쟁을 벌인다. 직원들도 저마다 바쁘다. 그런데 책상 앞에서만 분주하다.

현장은 조직의 운명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이 버팀목이 으스러져가는 마당에 위에서 종이와 공허한 말만 뿌려대면 버틸 재간이 없다. 아주 작은 균열만으로도 버팀목은 무너질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 아래를, 현장을, 버팀목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미래를 맞이할 수 없다. 이런 조직은 현재의 잘 나가는 위상보다 암울한 미래가 더 걱정될 뿐이다.

어선들은 태풍이 몰려오면 재빨리 피신해야 한다. 자칫 태풍에 휩쓸리기라도 하면 목숨마저 잃어버릴 수 있으니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바다를 잘 아는 어부는 무작정 먼 곳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의 바다에 물고기 떼가 몰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머무르다 상황이 종료되면 곧바로 어획에 나선다.

이처럼 위기를 맞이해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기회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 현장을 떠나버리고 소홀이 하면 위기에 대응할 수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없다.

경기 침체나 문제 발생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위기는 일상이 됐고, 문제는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애초의 위기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가져오는 것은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다. 태풍이 연일 몰아쳐도 어떤 태도를 갖추느냐에 따라 그것은 최악의 위기가 될 수도,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장에 간다고 해서, 또 늘 현장에 있다고 해서 저절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실행력이다. 관찰과 소통, 창의적인 사고로 다이내믹한 실행력을 갖춘다면 우리는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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