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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 한·일 갈등 해소할 외교 출구를 찾아야 한다

 

 

 

 

 

애국정신은 나라사랑이다. ‘나라사랑’이란 낱말은 우리들 심금(心琴)을 건드린다. 국민심리의 근본을 자극한다. 요즘 아베 총리의 느닷없는 경제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고 있다. 누그러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의 자리에 오른 아베 정권 탄생 이후 한·일 관계가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멀고도 먼 나라’처럼 바뀐 듯 느껴진다. 평화헌법을 개정하해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조하려는 야심의 발로일까. 전전(戰前)의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듯하다.

1895년 12월 미국 망명에서 돌아온 서재필은 잠자는 민족을 일깨우며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협회를 창립했다. 이어 ‘대죠션독립협회회보’를 내놓았다. 독립협회 회장 안경수는 ‘독립협회보’ 서문에서 “동쪽 왜(倭) 배가 정박하면 밤에 자다가 불을 만나고, 북쪽 호(胡) 기마(騎馬)가 침입하면 산속에 앉아 비를 맞는다. 이 기막힌 부끄러움은 칼을 뽑아 땅이라도 가르고 싶은 심정일진대, 어찌하여 벼슬아치들은 오직 노소(老少) 남북의 당론만 일삼는가?”라며 크게 개탄했다. 보수와 진보를 따지지 말고 여야 모두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옛날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은 것은 실천이 따르지 못함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이젠 정치지도자도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일본은 우리 정치권의 분란을 은근히 노리고 있을 듯해서다. 국익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연이어 일본 각료들이 수출보복 규제가 한국 탓이라고 강공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징용문제가 완결됐다는 주장이고, 한국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은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이 경제협력을 약속함과 더불어 재산·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명문규정으로 확인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제시한 8개 항목의 ‘대일 청구 요강’엔 징용 한인의 미수금과 전쟁 피해 보상이 포함돼 있고, 협정의 합의의사록엔 8개 항목의 청구가 모두가 포함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명기돼 있다. 국교정상화의 법적 기반이 돼 온 약속을 50년 이상 지나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어 버렸다”라는 괘변(卦變)이다.

아마도 그는 5억 달러를 제공해 한국 경제 발전을 지원한 한·일청구권협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뢰의 위기라는 주장을 펼치는 듯하다. 강제징용 배상은 피해자들이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는 당연한 문제다. 이를 빌미로 수출 규제의 칼을 빼든 일본의 조치는 온당치 못하다. “수출규제는 안전보장을 위해서 관리한다는 관점에서 적절히 조정하는 것”이라며 “이번조치는 보복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밝혔다. 일본 기업이 반도체 소재 등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발표가 한국을 상대로 한 경제보복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경제공습의 선봉장이라 할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한 술 더 떠 “수출규제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고, 철회할 생각도 없다”고 말할 정도다. 대화의 문도 꽉 닫아버린 듯한 언사다. 우린 정신 바짝 차려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예삿일이 아니다. 100여 개의 보복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한국 기업의 탈(脫)일본화가 실행되면 일본 기업에도 피해가 돌아갈 텐 데 이렇게 대 놓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가해 온 전례가 없지 않은가.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이 막대한 대일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고, 해마다 한해 일본에 가는 관광객이 1천만 명이나 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불태(百戰不殆)다. 일본의 소행은 경제 대국 답지 않은 참말로 괘씸하고 치졸한 행동이다. 국력을 모아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정녕 무엇이 ‘나라사랑’인지를 이성적이고도 전략적으로 헤쳐나아 갈 출구를 찾아야 한다.

한·일 갈등은 오래 끌수록 서로 간에 좋을 게 없다. 수출 제재가 ‘자유무역의 선도자’라는 일본의 대외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갈등의 본질은 경제가 아니다. 정치·외교인만큼 더 이상 강대강으로 나가지 말고 정치적·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일본은 경제보복을 철회하고 인류양심과 이성을 회복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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