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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 “한국남편은 미쳤다”

 

 

 

한 남성이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발차기를 시작한다. 여성이 맞는 걸 보며 옆에서 한없이 울기만 하는 남자아이. 남성의 폭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겁에 질린 여성이 바닥에 웅크리자 머리, 몸을 사정없이 때리고 이 같은 폭행은 2분 동안 이어진다. 폭행이 끝나고 남성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슬리는지 여성에게 빨리 아이를 재우라고 재촉한다. 한국말 서툴다고 상습적 아내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아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개인의 인권은 물론 국격에 치명적인 한국의 다문화가정 모습이다.

베트남 출신 아내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남편의 모습이 담긴 영상에 네티즌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상습적 폭행이었고, 아들도 때린 적이 있다고 한다. 해당 영상을 올린 누리꾼은 베트남어로 “한국남편은 미쳤다”고 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다. 국제결혼은 통계청에 의하면 외국인과의 결혼건수가 6년 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정부 차원의 국제결혼 건전화 조치가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비율은 줄어든데 반해 일본인 여성과의 결혼비율은 다소 늘었다. 다문화 출생 건수는 2년 연속 줄었다. 외국 출신부인의 국적은 베트남 27.7%, 중국 25%, 태국4.7% 순이다.

사실은 IMF 이후에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다문화가족 숫자는 계속 급증해왔다. 그래서 전체 혼인 건수의 10% 이상 차지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지금 한국으로 결혼하는 국제결혼건수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혼인 건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 혼인 건수의 10%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아주 낮은 0.98명 정도이고 다문화가족의 출산율도 떨어지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체 출산율에 다문화 부부사이에서 태어나는 출생아가 5.1% 정도 차지한다. 매년 이렇게 국내 출산율이 줄어들고 전체 학교의 학령기 일반 학생의 수가 20만 명 정도씩 매년 줄어드는 걸 봤을 때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학령기로 진입하는 게 훨씬 높아지고 있다. 향후에도 계속해서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다문화 이혼 건수는 전년대비 4.3% 감소한 1만2천902건으로 집계됐다. 다문화 이혼은 2011년부터 감소세로 전체 이혼에서 다문화 이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대비 0.5%포인트 감소한 11.2%였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를 가도 결혼이주여성을 마주치는 게 낯설지 않다. 농촌남성 열 명중 네 명꼴로 이주여성과 결혼한다는 통계다. 덕분에 해체위기에 있던 농촌이 그나마 활력소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식과 정책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낙후된 인권 후진국이다. 또한 결혼 이주여성이 이혼할 때 이혼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는 점만 증명하면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연장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이 나왔다. 기존 판례는 이혼의 책임이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판결로 이혼 후 추방 위기에 놓여 있던 상당수 결혼이주여성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의 신분이 여전히 불안정해 심각한 폭력 상황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이들이 폭력 피해를 보고도 신고를 꺼리는 것은 배우자가 국적 취득에 결정적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이주 여성의 체류자격 연장허가 때 배우자의 신원보증을 요구한 출입국관리법 규정은 2011년에 폐지됐지만 외국인등록증 발급, 비자연장 등에서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분이 안정될 때까지는 폭력을 당해도 신고도 못 하고 견디고 있는 셈이다.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남편의 가정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혼이주 여성이 지난 10년간 살해당한 숫자가 최소 21명이다. 한국여성들이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사람들과 결혼해 살다가, 남편들의 폭력으로 10년간 21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 그 여론은 어떠했겠는가?

이주 여성과의 결혼 자체를 공권력으로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가정폭력 고위험군 배우자 남성에게도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욕구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주여성이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문화된 개별 가정폭력 예방 프로그램들을 실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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