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아침을 여는 사람들
[생활에세이]아침을 여는 사람들
  • 경기신문
  • 승인 2019.07.24 18:47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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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숙 시인
한인숙 시인

 

여행을 가기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약간의 안개와 흐릿한 가로등 그리고 설렘이 동행하는 길이다. 딸과 단둘이 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기대와 즐거움에 밤잠을 설쳤다.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맛 집을 검색하고 여행가방을 싸는 내내 즐거웠다. 가방을 챙기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첫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 제주도는 자주 가는 편이지만 모녀가 단 둘이 하는 여행을 꿈꿨기에 특별하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차가 제법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숙연해졌다. 화물차에 짐을 가득 싣고 달리는 차 중에는 가끔 차선을 넘나드는 운전자도 있어 불안하기도 했다.

휴게소에는 밤샘하는 화물차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잠든 사이 세상을 열고 하루를 먼저 준비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개미이고 우리는 베짱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하자 딸아이는 열심히 일했으니 우리는 베짱이가 아니고 더 열심히 살기위한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니 맘껏 자유를 누리자고 한다.

그렇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각자의 하루를 여는 일은 삶 그 자체다. 새벽시장이 열리는 농수산물시장이나 환경미화원 그리고 인력시장 등이 대표적으로 이른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겠지만 밤새 깨어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딸아이가 방송 관련 일을 하면서 귀가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새벽 2시에 귀가하거나 혹은 새벽 4시에 출근하기도 했다. 근무시간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몸의 리듬이 깨지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힘들어하곤 했다.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살다보니 나도 아이의 안전한 귀가 혹은 출근을 확인하고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귀가가 늦어지는 날은 마음을 졸이며 딸의 전화를 기다리곤 했다. 별일 없겠지 하면서도 안전사고가 빈번하다보니 먼저 잘 수가 없는 생활을 수년 간 했다. 서울에 있는 딸을 평택에서 기다린다고 달라지는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야 마음이 편했고 차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동안 통화를 하며 무서움과 고단함을 달래주곤 했다.

지금은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왔고 함께 여행을 나서니 좋다. 딸은 친구 같고 자매처럼 다정다감한 존재다. 의견 충돌도 있지만 눈빛과 목소리만 들어도 서로를 알 수 있고 이해하는 그런 사이가 모녀지간이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한강이 보이고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이 기지개를 폈다. 뽀얗게 피어오르는 안개 사이로 빛나던 불빛이 먼동과 함께 흐릿해졌고 얼마 후 가로등이 점멸했다. 저 너른 차선에 꽉꽉 들어차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일상의 길이 지금은 뻥 뚫려 차가 제 속도로 달린다. 빼곡하고 거대한 빌딩 숲에서 누군가의 하루가 열리고 닫히는 것처럼 저마다의 시간과 현실에서 모두가 분주하게 살아간다.

우리나라도 잠깐 서머타임제를 실시한 적이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새벽 2시를 3시로 맞춰놓고 한 시간 앞당겨 하루를 시작하는 제도였다.

한 시간을 일찍 시작해 일찍 퇴근한 후 여과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도였지만 생활리듬이 깨지고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하루를 알차게 이용할 수 있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지만 사용자에 따라 시간차는 다른 것처럼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시계는 활력이 넘친다. 그들의 힘찬 움직임이 하루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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