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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호

마당이 환하다

햇살은 밝게 비치고
바람이 향기롭게 맴돈다

그런데 저기
마당에서 밀려난 벌레들과
여린 풀들
온갖 잡동사니들은
구석에 모두 모여 있다

가끔 길 잃은 햇살이 한 줌 빛을 뿌리고 가는
어두운 구석

누가 알까
마당이 저리도 환한 것은
구석이 있기 때문인 것을

 

 

 

 

햇살은 마당을 환하게 비추면서 온갖 사물을 선명하게 들춰낸다. 초록으로 물든 풀꽃의 그늘도, 풀꽃 주위를 맴도는 자그마한 날벌레들도, 그 벌레의 투명한 날개가 내는 미약한 소리까지도 햇살은 뜨겁게 감싸 안고 있다. 바람조차 햇살 속에서 향기롭게 그 결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시인은 마당이 환한 까닭을 햇살이 아니라 마당에서 저만치 물러난 ‘구석’에서 찾는다. “마당에서 밀려난 벌레들과 /여린 풀들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두 구석에 모여 있기 때문에 “마당이 저리도 환”하다는 것이다. 구석은 햇살의 무리들을 조금씩 흘려보내며 마당을 밝히는데, 그러한 구석이 존재함으로써만 마당은 마침내 완성된다./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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