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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아이들에게 배.우.다.

 

 

 

“기호 1번! 기호 1번!”

다음 주에 있을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를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은 ‘북적북적’이다. 후보자로 나온 학생들과 그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원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선거와 다를 바가 없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단순하게 흥미만 끄는 공약을 내 건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동아리 활동’이나 ‘방과후학교’에 대한 공약부터 ‘학교 규정’과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이들이 평소 나누던 고민을 중심으로 공약이 펼쳐진다.

중학교 학생회 정·부회장은 그 어떤 명예직도 아닌 순수한 봉사직이다. 아이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선거철이 되면 이렇게나 열심이다.

자, 이제 투표를 할 시간이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여러 선생님들이 장내 질서를 위해 분주했을 텐데 오늘은 다르다. 아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기표소에 들어간다. 기표소를 나와서야 아이들은 본연의 밝은 미소를 되찾는다.

그렇게 이번 선거도 막을 내렸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부터 선거의 시작이었다”는 한 후보자의 연설과 “선생님은 투표 안하시더라도 이러한 공약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던 우리 반 아이의 진지했던 질문은 내 마음 한 쪽에 작은 부끄러움을 떠올리게 했다. 여러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고, 공약은 그러려니 지나치기도 했던 나였으니 말이다. 오히려 아이들의 이 모습들이 어쩌면 우리 어른이 가져야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선거가 끝난 어느 날 오후. 교문 앞에선 정·부회장으로 당선된 두 아이가 하교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두 아이는 선거 운동을 할 때보다 더 설레고 반짝이는 표정이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유난히 화창한 오후의 풍경 속에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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