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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문화칼럼] ‘브루스 리 데이’를 기념하며

 

 

 

 

 

지난 7월 20일은 세기의 스타이며 불세출의 배우로 일컬어지는 이소룡의 타계 46주기였다. 그는 ‘당산대형’, ‘정무문’, ‘맹룡과강’, ‘용쟁호투’, ‘사망유희’ 등 5편의 영화를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렇지만 그의 인기가 당대 최고였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1973년 7월 27일, 한국의 이소룡 팬들은 이날을 ‘브루스 리 데이’로 정하고 매해 기념을 하고 있다. 이날은 한국의 팬들이 이소룡을 처음 만난 날로 서울 피카디리 극장에서 ‘정무문’이 상영돼 56일간 31만5천579명을 동원했다. 이 기록은 그 해 최고 흥행기록이다. 이후 그의 영화는 속속 개봉됐고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한국영화계에는 때 아닌 태권도영화 붐이 일었고 이소룡의 캐릭터로 등장한 많은 배우들이 홍콩으로 떠났다. 그리고 이소룡 문화현상이라고 일컬어지는 문화 전반에 걸친 그의 영향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런데 세기가 바뀐 지금은 어떠할까? 이소룡은 아날로그 시대의 영웅이었는데 지금 디지털 시대에도 유효할까? 답은 ‘아니다!’일 것이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마블영화의 슈퍼 히어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소룡 세대를 3기로 나누어 본다면 1기 세대는 극장에서 이소룡 영화를 보았던 50대 후반 세대들이다. 2기 세대는 비디오나 DVD를 통해 이소룡 영화를 본 세대들이다. 그리고 3기 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이소룡을 처음 접한 유튜브 세대들이다.

이제 3기 세대들은 더 이상 이소룡을 통해 히어로 느낌을 받지 못한다. 워낙에 초인간적인 능력을 슈퍼 히어로들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터넷 세대들은 이미 디지털 게임에 익숙한 세대이기에 이런 흐름은 당연한 귀결이다.

시작은 ‘사망유희’가 개봉(1978년 5월 18일)된 해에 함께 개봉된(한국 개봉: 1979년 3월 31일) 리차드 도너 감독의 ‘슈퍼 맨’이다. 인간적인 초능력을 가졌던 슈퍼맨이었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슈퍼 맨’ 조차도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1984년부터 개봉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관객들의 열렬한 선택을 받았고 흥행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제 3D를 활용한 디지털 영화의 등장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제임스 카메론이 2009년 ‘아바타’를 만든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미 ‘터미네이터’ 제작 때부터 ‘아바타’를 기획했고 이를 실현할 컴퓨터 그래픽(CGI)의 발전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21세기로 접어든 2000년 이후 슈퍼 히어로 영화의 등장으로 극장가가 점령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권도를 통해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예를 선보인 이소룡이 해낼 수 없는 기량을 슈퍼 히어로는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이후 ‘어벤져스’ 시리즈로 대표되는 슈퍼 히어로는 디지털 세대인 영화관객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반 세기 전 히어로인 이소룡에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소룡 영화들은 이제 뒷전으로 밀려났다. 디지털 시대 슈퍼 히어로에 대처할 수 없는 이즈음 슈퍼 히어로는 천하무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 흥행의 기록은 항상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소룡 영화의 새로운 버전에 희망을 둔다면 아날로그적인 발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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