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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性愛칼럼]한류의 정신적인 뿌리, 시조

 

잘 알다시피 한류(韓流)는 199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말합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은 이제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를 거쳐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그 ‘한류’를 모체로 해서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경기대학교에서 한류문화대학원이 2019년에 문을 열었고, 이와 동시에 ‘시조창작전공’이라는 우리나라 유일의 학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국어국문학과의 대학원생이 점차 감소 추세에 있고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거의 고사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데 여기 전공은 다른 학과의 배가 되는 인원이 입학했습니다. 한국 정신의 원류인 ‘한류’를 얘기할 때 인문학적 바탕은 역시 ‘시조’를 빼고 얘기하기는 힘듭니다. K팝의 운율이 시조의 운율과 닮아있다는 것은 이를 충분히 예증하고 남음이 있다할 것입니다.

그러한 시조가 오늘날 어떠합니까? 시조를 이류의 문학으로 폄하하고, 오히려 우리 것을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하이꾸와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일본은 하이꾸에 대해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에 20만이 넘는 하이꾸 창작 단체가 있고 국가적인 대회도 있습니다. 이러한 하이꾸 사랑이 외국에도 알려지고, 홍보를 하여 외국인들도 하이꾸를 재미있게 창작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디자인 전공하는 학생들이 하이꾸를 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이꾸는 세계적인 장르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시조는 이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시조를 옳게 대하고 창작하는 곳이 거의 전무합니다. 국가에서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어느 한군데에서도 시조를 바르게 지도하는 곳이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아주 당당하게 시조를 다 삭제해 놓았습니다. 그래놓고 한류를 말합니다. 잠시 눈에 보이는 인기몰이의 한류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면 다 인줄 압니다. 한류 뒤에 숨어 있는 한국인 정신적인 얼인 시조를 이들이 안다면 한국을 더욱 매력적인 나라로 여길 것입니다.

오세영 시인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서 강의를 할 때 겪은 얘기입니다. 미국대학생들을 놓고 한국의 자유시에 대해 얘기를 하니 시큰둥하더라는 것입니다. 한국 문학 어떤 것에도 흥미가 없더니 황진의 시조를 얘기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묻는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신 나라는 독자적으로 쓰는 언어가 있느냐? 당신은 그 시조를 쓸 줄 아느냐? 시조를 듣고 나서 느껴지는 운율의 묘미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외국인들은 시조를 말하면 아주 흥미 있게 반응합니다. 외국인 교수도 그렇고 외국인 학생들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시조의 가락을 바로 흉내 내어 창작합니다.

세계문학사에서 얘기할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은 역시 ‘시조’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조’는 세계적인 장르입니다. 국가는 지금이라도 ‘현대시조창작원’ 같은 것을 만들고, 교육과정에도 한류의 뿌리인 시조 감상과 쓰기를 편성해야 합니다. 실제 국민들은 시조를 아주 사랑합니다. 누구든 마이크를 갖다 대면 삼행시 어렵지 않게 창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만큼 문학적 감수성이 있는 민족은 아마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들 것입니다. 시조는 세계인이 놀라워하는 음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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