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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표문순



바람 같은 남자를 스물넷에 보낸 후

어느 날 심장에서 선명하게 돋았다는

나선형 문신하나를 운명처럼 갖고 사네



좌표를 잃어버린 마음의 점을 따라

돌고 또 돌았다는 암록빛 곡선들을

그녀는 혼자가 될 때만 어둠에게 보여줬다네



여자를 훌훌 털고 빈집으로 살아가며

혹한 속 뿌리내린 다년생 근성으로

한파가 휘몰아치는 빙하기를 통과 중이네

 

 

평소 단아한 시인의 마음이 담긴 새로운 진술의 시를 만난다. 시사, 시취, 시품 등으로 미루어, 시인 마음의 시상을 읽게 하고 조우하게 만드는 시다. 일반적으로 시를 미화하고, 과장하고, 호기마저 멋으로 품어내는 것이 한시의 경향이었던 시대의 변혁이 아니었던가? 이와는 대조적인 고담하고, 소적한 궁기를 내세운 이채로움 또한 음상 해 봄직한 일면의 가치를 일깨우게 한다.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들도 인간처럼 영혼들이 숨 쉬고 있고, 은밀하게 무언의 말을 건넨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시다. 시인의 첫 시집 ‘공복의 구성’ 출간을 축하한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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