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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형 미술관 공존의 아이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건축물 조화로운 특징 담아
이대송·최은혜 작가 참여… 기하학적인 조형물 전시

 

 

 

‘人_공존하는 공간’(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한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길이 안 가는 것 또한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화성행궁을 비롯한 광장과 함께 지속적으로 시선을 끈다.

미술관은 회색 계열의 송판 무늬 형태의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어 현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러나 미술관의 건물은 주변의 전통적인 경관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그 이유는 ‘사선’이다.

미술관 건물 상층부는 한옥의 처마처럼 비스듬한 사선 형태로, 행궁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미술관 건물을 모티브로 한 체험형 기획전시 ‘人_공존하는 공간’전을 오는 9월 22일까지 3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이대송 작가와 최은혜 작가가 참여해 두 작가만의 철학을 토대로 미술관 건축물의 특징을 살린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알 수 없이 빨려 들어갈 듯 하는 ‘공존터널’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입구가 있다.

먼저 붉은 계열의 테두리로 된 입구에 들어서면 이대송 작가의 ‘충전된 사선’이 있다.

 

 

 

 

이 작품은 붉은색의 얇은 파이프가 사선 형태로 무작위로 뻗어 있는 구조이다.

난잡해 보이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딘가 중첩된 부분이 있을 거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 마련인데, 놀랍게도 수많은 사선 형태의 파이프들은 서로의 길을 방해하지 않으며 공존하고 있다.

이는 이 작가가 미술관 건축물의 ‘사선’에서 영감을 받고 제작한 설치작품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설계도를 만든 뒤, 알루미늄 파이프로 제작한 것이다.

밝은 햇살이 드는 전시의 공간은 작품의 사선 형태와 함께 붉은 색을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이어 체험할 수 있는 섹션 ‘히든 스페이스’을 지나 입구가 파란 계열의 테두리로 된 최은혜 작가의 섹션에 들어서면 ‘라이트 콜라주’를 비롯해 ‘윈도우 시트’와 ‘Dialogue3,4’가 전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라이트 콜라주’이다.

이 작품 역시 미술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하학적인 조형 요소들을 모티브로 제작돼, 직선 마다 다양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주목하고 싶은 작품은 ‘Dialogue3,4’이다.

작품은 쇠로 보이는 직선 형태의 고리가 ‘ㅣ’ 모양과 ‘ㄱ’ 형태로 하얀 판 위에 설치돼 있는데, 어두운 공간 속 은은한 조명은 오브제의 그림자를 형성하고 있다.

재미난 점은 ‘진짜’ 그림자와 함께 그림자처럼 보이는 ‘가짜’ 그림자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어, 이들이 조화를 이루며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작품은 미술관의 광장 쪽 회색 콘크리트 아래 유리로 이뤄진 외관의 옆면, 즉 ‘ㄱ’ 또는 이를 옆으로 뒤집은 형태를 연상케 한다.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시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은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기에, 전시실에서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좋은 관람이 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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