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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보복은 경제적 침략… 국민 단합·정치권 지혜로 풀어내야 남은 임기 3년간 ‘교육을 교육답게’ 교육체계 변화시키겠다”

 

 

 

이 재 정 경기도교육감

“현재 일본은 경제를 무기로 한 침략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를 국민의 단합과 정치권의 지혜로 잘 풀어내야 합니다. 역사의 명령이니 잘 되리라고 봅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본지와 만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일본이 경제적 보복조치에 나선 것은 ‘경제적 침략전쟁’이라며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육감은 또 남은 3년간 교육의 변화를 위해 학교 체제를 바꾸고, 학교 공간을 공동체 공간으로 변화시키며, 융합교육을 이끌 자질을 갖추도록 교사의 재교육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은 물론 정치·경제·사회·외교 전반을 관통하는 이 교육감의 ‘교육을 교육답게’를 위한 거침없는 도전을 직접 들었다.

해방후 한일청구권은 실패한 외교
역사 바로 못본 정책으로 이런 결과

○○북중 ○○제일중 등 학교명칭
서열화·방위 사용… 일제 잔재

초교∼고교 연관성 있는 전인교육
토론·휴식·체험가능한 학교 공간
융합시대 맞는 교사들 양성 등 추진

환경·역사·예술 등 8개 주제별
체험학습 프로그램 10개씩 개발 중

 

“학생에 자유로운 사고 제공해야”

이재정 교육감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일문제에 대해 일본측이 역사를 털고 미래로 함께 나갈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교육감은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이면서 일왕이 교체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한일간 역사문제를 털고 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일본 스스로 이를 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일본 경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방위산업 성장을 염두에 둔 행보의 일환일 것”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지위를 올리고, 방위산업을 육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100여년 전 청일전쟁 때 미국과 영국이 뒤에 존재하며 영향을 준 것처럼, 이번 상황도 일본만의 독자적인 행보는 아닐 것”이라는 이 교육감은 “남북 관계의 회복을 저지하려는 세력이 뒤에서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이번 사태는 결국 동북아의 경제적, 군사적 재질서를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탈이념의 상황을 어떻게든 살려야 결국 우리나라와 동북아의 번영도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이 경제보복의 이유로 제기한 강제징용 배상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해방 이후 한일청구권 문제는 실패한 외교”라며 “이후 역사를 바로 보지 못한 정책으로 인해 이번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각 지역마다 학교명에 oo제일중, oo제일고, oo북중, oo서중 등 서열화와 방위 명칭 사용 등이 대표적인 일제 잔재로 이에대한 청산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며 “또 성적 등으로 1등부터 꼴찌를 서열화하는 정책이 결국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통치의 목적이었다. 이를 청산하고 극복해야 우리나라 미래 교육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양평군 서북부에 가면 일제시대 설립한 서종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지역명이 물이 들어온다는 의미의 무드리다. 무드리초등학교,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굳이 서쪽의 의미하는 한자를 넣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들에게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이런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도교육감은 지난 5년간 활동 방향에 대해 회고하며 향후 역점사업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날 이 교육감이 밝힌 향후 계획은 ‘교육을 교육답게 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 교육감은 우선 학교체계를 바꾸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교육감은 “우리나라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단절’을 겪는 반면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진로를 선택해 6년 넘게 그와 관련된 기술과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목표로 했던 직업에 대한 바탕이 완성돼 있다”며 “음악을 전공하려면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에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 이후는 테크닉을 잊지 않을 정도의 연습과정이고, 더 나아가 전문적인 창작을 하려면 인문학 지식 등 다양한 배경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지금 테크닉만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교육감은 “학교 체계를 바꾸고, 초교에서 고교까지 연관성을 갖고 전인적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바꾸는데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학교공간의 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교육감은 “학교는 학생들이 서로 만나 토론하고, 생각하는 공간”이라며 “책이 반드시 도서관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한쪽이나 휴게실에도 비치돼 있을 때 학생들이 아무 때고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과 복도로 대변되는 학교 공간을 학생들이 모여 휴식하고, 토론하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변화돼야 한다”며 “공간은 사고를 지배한다. 지금 학교는 학생들의 변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학교공간 변화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역점사업은 ‘교사의 재교육’이다.

“몇해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 등에게 최고 화두로 떠오른 코딩도 마찬가지다. 코딩을 학생들에게 교육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딩을 생각할 수 있는 지도역량이 필요하다”는 이 교육감은 “융합교육 시대를 이끌어갈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재교육이 필수적이다. 남은 임기동안 이 부분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와 함께 8대 체험학습 과정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8대 체험학습은 환경, 역사, 예술 등 8개 주제별로 각각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10개씩 개발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1박 2일 일정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된다.

예를 들어 역사 프로그램의 경우 서대문형무소에서 1박2일을 하면서 근대사를 체험하고 토론하거나, 유관순 열사가 만세운동을 벌였던 충남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이 전파됐던 진천까지 도보 순례길을 걷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이 교육감은 “학생들이 역사의 현장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현장에서 느낌을 갖는 것이 교육”이라며 “교사들이 이런 융합교육을 지도할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자사고 재지정 문제에 대해서도 “자사고와 관련해 여러 억측과 주장이 많은데, 관련해 어떤 외압도 없으며 재지정 평가 등은 원칙대로만 진행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혁신교육은 일관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난 5년간 경험으로 얻은 결론”이라며 “우리 교육은 그동안 하나의 정답만을 요구해 왔다. 이제는 답도 여러 개를 만들고, 나아가 학생들이 문제도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섹스피어나 괴테가 지금도 흉내내지 못할 문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자유가 있었던 까닭으로, 우리 교육도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사고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며 “4차산업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교육계 뿐 아니라 시민, 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대담=최영재 사회부장 cyj@

/정리=안직수기자 jsahn@

/사진=노경신기자 mono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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