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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참견과 참여

 

 

 

 

 

얼마 전, 터미널에서 있었던 일이다. 외국인 엄마가 안고 있던 아이가 울자,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갑자기 그녀를 에워싼 낯선 상황에 아기 엄마는 당황했다.

“배가 고픈가 봐요. 먹을 걸 줘 봐요!”

“더운 가? 시원하게 해줘요!”

사람들은 저마다 처방을 쏟아냈다. 다행히 통역해 주는 젊은이 덕분에 상황은 종료 됐다.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한 사람을 ‘오지랖 넓다’고 한다. ‘남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거나, 주제넘게 아무 일에나 쓸데없이 참견하다’라는 뜻이다. ‘참여’는 어떤 일이나 모임에 참가해 관계함이고, ‘참견’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간섭함이니 오지랖 넓은 것은 ‘참견’에 가깝다. 즉 ‘참여’는 적극적인 관여이고, ‘참견’은 쓸데없는 관여이다. 비슷한 의미로 ‘관여’와 ‘간여’가 있다.

‘결혼은 언제하나? 사귀는 친구는 있냐?’ 등 지나칠 정도의 관심은 참견이며,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참견은 관심과 공감에서 비롯된다.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 참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하철 의인’이 많고, 범법행위를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것도,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장점이기도 하나 주의할 일이기도 하다.

지하철 문에 낀 사람을 구하러 소방관이 출동했다. 시간을 다투는 위급 상황에, 주위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알아서 잘 할 텐데, 지나친 참견은 소방관의 일만 방해할 뿐이다.

학교교육도 그렇다. 교육만큼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교육에 대해 자기의 생각을 쏟아낸다. 그러나 도움을 구할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참여’해야 한다는 말처럼 교육공동체가 교육이 잘 이뤄지도록 협업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각자의 역할을 넘어 참여가 아닌 참견은 경계할 일이다. 참견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교사는 교사답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며, 학부모는 학부모다워야 한다.

요즘 ‘답다’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답다’라는 것은 전문가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쓰는 표현이다. 교육전문가인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역할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품격 있는 교육다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가 학부모로서의 역할을 넘어 ‘참여’가 아닌 ‘참견’을 한다면, 교육의 자율성과 공공성이 무너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져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런 면에서 학부모의 학교교육참여를 권장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중요하다.

공교육의 신뢰가 있다면, ‘학폭’이나 ‘위기학생’ 등 다양한 문제도 교육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생활하다보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그럴 때, 교육적으로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고, 신뢰해 줄 때, 학생들은 올곧게 성장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

혼자 우는 학생을 발견했다면 가만히 그 곁에 있어 줘야 한다. ‘너 우는구나!’라고 말하고 다 울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그 학생의 울음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한 의사표현이자 대화의 시작이다. 우는 이유가 궁금하겠지만, 꾹 참고 기다려줘야 한다. 만약 우는 이유에 대해 묻거나, 평가하고 진단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하려는 성급함에 빠지면 결국 참여가 아닌 참견이 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배우게 된다. 참견이 아닌 참여의 학교문화를 위해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자. 교육공동체가 함께 믿고 소통하며 노력할 때 지속가능한 미래교육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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