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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과유불급(過猶不及), 나대지 말기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너무 나서지 말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요즘 구설수에 한창 오르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 적합한 말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30일 ‘대외주의’라고 적힌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를 민주당 전체 의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보내면서도 무언가 께름칙했는지 ‘주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 내용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진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다. 얍삽하다. 아차 싶었나보다. 다음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불은 이미 바람을 타고 이 곳 저 곳으로 번졌다. 여권의 ‘친일 프레임’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졌던 자유한국당과 다른 야당들은 일제히 비난의 포화를 쏘아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친일 프레임은 총선 승리 전략 ▲민주연구원이 아니라 민중선동연구원 ▲선거 위해 국가 경제와 안보마저 인질 삼는 못된 심보 등의 말로 청와대를 몰아부쳤다. 황교안 대표도 “우리 기업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이 정권은 총선표 계산만 하고 있다”며 “매국적 정무전략, 잘못된 정국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양정철 원장을 직접 겨냥했다.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양정철은 문체부 차관과 이야기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배째드릴까요’라고 말을 했다”며 과거를 들춰냈다. 이어 “한·일 외교관계를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악의적 모습과 똑같다”고 싸잡았다.

그러자 민주당이 급해졌다. ‘강력히 경고할 생각이고, 지도부가 보고받은 바 없으며, 사실상 개인 의견이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해찬 대표가 양원장에게 ‘주의’를 주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연구원 총선 불씨’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분위기다. 당분간 여권은 ‘한·일 갈등 조차 총선에 이용하려는 야비한 세력’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등판과 함께 구설과 시비에 휘말린 ‘양정철 원장’이 구원투수일지 패전처리일지 궁금하다.

각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제외를 결정하겠다는 날이 오늘이다. 도둑이 가재도구를 털어가겠다고 겁박하는데도 집안 싸움에만 열 올리는 이 나라 정치,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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