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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이덕규

자라면서 기댈 곳이

허공밖에 없는 나무들은

믿는 구석이 오직 허공뿐인 나무들은

어느 한쪽으로 가만히 기운 나무들은

끝내 기운 쪽으로

쿵, 쓰러지고야 마는 나무들은

기억한다, 일생

기대 살던 당신의 그 든든한 어깨를

당신이 떠날까봐

조바심으로 오그라들던 그 뭉툭한 발가락을

- 이덕규 시집 ‘놈이었습니다’

 

 

그렇다, 나무가 기댈 곳은 허공밖에 없다. 기댈 곳이 허공뿐이라서, 글자 그대로 텅 비어 있어서,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마침내 나무는 위로 자랄 수 있다. 그러니까 허공은 나무의 유일한 기댈 곳이다. 허공에 기대지 않고서는 나무는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다. 사람에게도 허공 같은 존재들이 있다. 어느 한쪽으로 쿵, 쓰러지기 전에 기억해내야 할 허공 같은 사람들이 있다. 허공처럼 늘 있으나 없는 듯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 허공을 숨 쉬는 것처럼 늘 함께 하여서 바람 불고 눈비가 오는 날에나 그 든든한 어깨를 알게 하는 사람들. 이제는 내가 기댈 곳이 되어 주어야 하는 사람들./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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