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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차이를 인정하고 편견을 없애야

 

 

 

대학시절 5층 강의실까지도 오르락내리락 걷는데 불편함이 없이 날아다녔다. 엘리베이터도 없던 시절이다. 목발을 짚으면서도 가방을 들고 뛰어다니고 날아다녔다.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다음 강의가 시작되는 10분의 휴식시간 동안 강의실을 찾아가면서도 한 번도 늦지 않았다. 목발을 짚고 뛰다시피 했던 그 모습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때 내 친구들은 나를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들 때문에 내가 장애인 인권을 보호받지 못했다고 우스개로 이야기 한다.

대학 4학년 때였다. 일주일에 두 번만 학교에 가면 되었다. 대학시절 내내 자취를 한 나는 스스로 밥해 먹는 것이 싫어서 안산에서 대전을 통학하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원 역에서 7시 기차를 타야만 9시 첫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남들은 그 무슨 고생이냐 1년만 더 대전에서 자취를 하지.. 하지만 나는 혼자 사는게 싫었다. 그렇게 통학을 하면서 나는 행복했다. 세상사람과 소통하며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는 희열을 느꼈다. 그런 극성맞은 성격탓에 나도 모르게 팔방미인이 되어 있었다. 무슨 소리냐구요. 지역사회와 호흡하기 위해 오만가지를 간섭해야 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프랑스 가톨릭사제이자 고생물학자인 테야르드 샤르뎅은 “유머는 웃기는 기술이나 농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머는 한 사람의 세계관의 문제다”라는 말을 남겼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 와트니가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는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들고 자신의 인분을 거름삼아 화성산 유기농 감자를 수확한다. 와트니의 화성 생존기는 나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한다.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 한 번에 하나의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서 불편할거라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이미지 일 뿐이다. 그러므로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을 하지 말라는 장애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장애인들은 어떻게든 생존 방법을 터득한다.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들을 보면 음식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이도 잘 키운다. 예전에 시각장애인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적 있다. 그 아이는 “엄마 이 옷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색깔이 마음에 안 들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속으로 “보이지도 않으면서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니”라는 편견을 가졌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보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색깔을 본단 말인가. 그렇지만 그들이 색깔을 이해하는 방식이 있다.

긍정적인 세계관을 갖는다는 것은 유연한 대처능력 혹은 문제해결력을 갖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면 목발을 짚고 더 빨리 걸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라는 옷을 입고 생존하는 방식을 스스로 터득해나간다. 내 몸을 바꿀 수 없으니 어쩌겠는가. 몸에 맞춰 내가 살 수 밖에. 다시 한 번이라도 좋으니 목발을 짚고 5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뛰어다니다시피 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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