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김훈동칼럼]북캉스, 책읽기가 사람을 꽃이게 한다

 

 

 

 

 

‘여름의 파리는 개와 미국사람들 뿐’이라는 우스개 속담이 있다. 주민등록증이 파리로 되어있는 사람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 시내가 텅텅 비어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캉스다.

바캉스의 어원(語源)은 라틴어의 바누스(vanus)에서 나왔다. 텅텅빈. 공허(空虛)한 뜻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와 여름방학 시즌이다. 장마전선이 벗어나며 낮 기온이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여름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특보에 이어 열대야도 지속된다. 요즘 요란한 바캉스보다 차분한 ‘북캉스’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즈넉한 바닷가서 행복을 찾는 ‘섬캉스’도 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 상상력을 키우는 ‘예(藝)캉스’도 있다.

‘북캉스’는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다. 책읽기는 자신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세상과 소통할 자신만의 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읽기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책에 둘러싸여 집안에 머물기를 더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행이다.

책이 비행기이고 기차이며 길이다. 책이 행선지이며 여정이고 집이다. 요즘같이 짜증나는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서도 책읽기를 멈추지 말고 자신의 삶을 확장해 나가면 좋을 듯하다. 자신이 ‘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읽기는 열정의 발전소다. 자신의 마음속에 건설 중인 발전소에 재료와 연료를 공급해준다.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서가에 꽂힌 책을 잡아라. 혹은 눈을 책방에 돌리면 설레는 이름들의 신작(新作)이 별빛처럼 쏟아진다. 그 많은 별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행동하고 실천하면 새로운 것들이 내게 다가온다.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눈을 돌리고 유익한 미래를 위한 행동과 사고(思考)에 집중하면 좋다. 자신이 변화시킬 수 없는 과거나 타인에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미래에 집중해서 행동하라는 뜻이다.

책읽기를 통해 ‘내가 계속 성장하고 있는가? 내게 변화가 있었다면 나이를 먹듯이 시간에 밀려 마지못해 그렇게 된 것인가. 아니면 내 스스로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창조한 것인가.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았는가.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 등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면 휴가철 ‘북캉스’는 자못 뜻이 깊을 것이다. 이렇듯 독서는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케 한다. 인생은 책과 더불어 축적된다.

독서의 기능은 다양하다. 고독을 줄여줄 수 있는 책의 능력은 중요하다. 그것은 개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성장을 위해서도 그러하다. 읽는 만큼 성장한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올 여름 ‘북캉스’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나면 이제 ‘나는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답을 찾을 수 있다.

독서는 숨 쉬는 행위만큼이나 필수적인 기능이다. 열매를 맺는 사람은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하다. 내일을 위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열매 맺기를 갈구하는 사람은 현실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삶 자체가 늘 즐겁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라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환경 따위는 믿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일어서서 바라는 환경을 찾던가 아니면 그와 같은 환경이 찾아지지 않으면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버나드 쇼가 쓴 희곡에 나오는 대목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창조적으로 산다고 하는 것, 열매 맺는 삶을 산다는 것은 누가 가져다주는 인생이 아니다. 스스로 창조해 가려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책읽기를 통해 삶이 나날이 새로워지고, 발전하고,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한다. 어쩌면 책읽기는 나와의 싸움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움을 연민으로 나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 나가는 일이다. 책읽기를 즐기는 이들은 말한다. “정년 제 인생은 책으로 인해 향방이 정해졌음을 인생의 끝자락에서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한다. 책은 읽는 것과 사는 것 사이가 얼마나 깊고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다. 책은 거대한 숲이다. 그 길을 가다보면 하늘이 열린다.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길러진다. 독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다. ‘북캉스’를 즐기며 삶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찾는 여름 휴가철이 되길 바란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