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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바가지 상혼

‘엎드릴 복(伏)’자는 너무 더워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려 있다는 의미를 담은 회의문자다. 가을이 여름 집에 놀러 왔다가 그 열기에 질려 납죽 땅에 엎드려 기를 못 편다는 뜻이다. 여름 한더위를 잘 보여주는 글자다. 예부터 이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복절식(伏節食)을 먹고, 계곡이나 그늘로 피서를 갔다. 그리고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으로 더위를 달랬다. 또 궁궐에선 임금이 종친과 대신, 그리고 각 관아에 ‘얼음 교환권’ 빙표(氷票)를 선물로 주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했다. 하지만 피서(避署)보다 더위를 극복하는 지혜도 많이 발휘했다. 죽부인과 삼베옷 등으로 여름을 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번 여름도 어느새 초복과 중복이 지났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고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등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고되고 있다. 아무리 냉방시설이 발달했다 해도 여름을 탈없이 견뎌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간단치 않다. 무더위가 일상적 삶을 지탱해주는 평상심마저 앗아가 버리는 탓이다. 그나마 낮에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후텁지근한 밤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탓에 온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낮에도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재충전을 위해 휴가를 떠나고 피서지는 온통 만원이다. 선풍기와 에어컨으로 더위를 쫓는 것이 모자라 말 그대로 피서(避署)를 하는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평균 15일 정도의 연차 휴가를 절반인 7∼8일 정도 여름에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일제히 7월 말, 8월 초라는 한정된 기간에 사용해 버린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난다. 고속도로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고 피서지는 인파로 넘쳐나고,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린다. 이를 견뎌야 하는 휴가는 고행이나 다름없다. 가까운 계곡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려해도 만만치 않다. 요즘 수도권 계곡마다 불법으로 자릿세를 받는 ‘봉이 김선달’식 바가지 상혼이 판을 쳐서다. 때만 되면 고질병으로 몸살을 앓는 계곡, 언제쯤 정화 될지….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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