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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최지은

하나의 물방울이 집중하고 있다

환한 여름을 배경에 두고 여름빛이
그곳에 머물렀다

애들은 젖은 체육복을 입고
두 손 가득 물을 담아 입을 헹군다

한 아이가
살 것 같다, 말하자

한 명씩 수도꼭지를 잠갔다

애들은 다시
걸었다 달궈진 운동장으로

물방울의 마지막 자세를 생각한다

물방울은 목매달 수 없겠구나
물방울은 물방울끼리 놀러 다니겠지

수도꼭지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몸 안으로
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여름이다. 폭염 속을 걸어가면서 ‘여름이니까’라고 견디고 싶지만 어느 순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열기가 내 몸에서 폭발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건 시원한 물을 내 몸 가득 채워 넣고 싶은 욕망뿐이다. 이 시에서처럼 땀에 전 애들이 수돗가에서 목을 축이고 나서 ‘살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 짧은 순간보다 더 원하는 건 없다. 달궈진 운동장으로 떠난 애들 뒤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는 수돗물이, 목 매달 수도 없는 물방울들이, 끼리끼리 모여 어딘가로 떠나고 내가 다시 그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순간은 온전한 여름이 내 몸으로 가득 흘러들어가는 것이며 그래서 여름은 폭염이 아니라, 견딜 수 없는 목마름이 아니라 순전히 시원한 물인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귀하고 소중한 것은 그것을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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