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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아이들의 풋풋한 마음 성장담

소소하면서 비밀스런 초등생들
일상과 정서 포근한 만화로 담아
성인 독자에게도 감동·추억 선사

 

 

 

‘열세 살의 여름’은 10대 소녀, 소년들의 깊고 섬세한 정서를 담백하면서도 포근한 그림체와 돋보이는 연출력으로 밀도 있게 그려 낸 작품이다.

책은 시원한 바다처럼 푸른 여름에 시작돼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기까지 열세 살 김해원이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겪어 내는 일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마음을 담은 쪽지를 좋아하는 친구의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 놓거나 우유에 초코 가루를 타 마시는 등 소소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초등학생의 일상이 생생히 담겨 있다.

특히 교실 바닥에 왁스칠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는 등 작품 속에 묘사된 1990년대 풍경은 성인 독자들에게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무엇보다 열세 살을 겪었거나 앞으로 열세 살을 거쳐 갈 모든 이에게, 누군가를 좋아하며 설레는 감정과 값진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따스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윤희 작가는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열세 살 해원이와 산호의 마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1998년 여름 방학 어느 날 해원이는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가는데, 우연히 같은 반 남자아이 산호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산호는 바람에 날아간 해원이의 모자를 찾아줘, 둘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키워 나간다.

여기에 해원이를 짝사랑하는 반장 백우진과 우진이를 좋아하는 정려희 등 주변 인물의 엇갈리는 마음이 뒤섞이며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들을 그리며,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을 통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세심하게 보여 준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응!’ 하고 씩씩하게 답하는 해원이, 머리에 축구공을 맞은 해원이에게 밴드를 건네는 산호, 해원이의 작은 칭찬에도 금세 얼굴이 붉어지는 우진이, 우진이에게 정성껏 만든 목도리를 선물하며 미소 짓는 려희 등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열세 살 아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풋풋한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이다.

또한 저자는 좋아하는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다룬다.

해원이는 피아노를 처음 보았을 때 맡았던 따뜻한 나무 냄새를 기억할 정도로 피아노를 좋아하지만, 해원이의 엄마는 해원이가 피아노를 그만두고 종합학원에 다니길 바란다.

‘예술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다’는 주변 목소리에 해원이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가지만, 피아노 연주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해원이에게 자신을 투영해,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책은 ‘가끔 어린 시절에 겪은 일과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열세 살, 그때의 마음을 상기하며 용기를 얻곤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모두에게 다정한 선물이 될 것이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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