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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질스마리아

질스마리아

/니체

여기에 나는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무(無)를,

선악의 저편에서, 빛을 즐기고

또 그림자를 즐기며, 모든 것은 유희일 뿐

모든 것은 바다이고 정오이고 목표 없는 시간일 뿐.



그때 갑자기, 나의 여인이여, 하나가 둘이 되었다. --

-- 그리고 차라투스트라가 내 곁을 지나갔다……

- 니체 ‘즐거운 학문’/ 책세상, 415쪽

 

 

 

 

어떤 장소는 마치 나를 기다린 것처럼 맞이해주는 곳이 있죠. 나의 맥동수가 장소의 파동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곳. 나의 생각과 말이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곳. 니체는 질스마리아를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은신처라고 하네요. 알프스 어느 산골 마을의 피서지이고. 해발 1800m의 높이. 발아래 운무가 깔린 곳. 한라산의 백록담만큼 중국의 황산만큼 드높은 자연을요. 같은 곳을 두 번 찾지 않는 사상가가 “7번이나 같은 집”에 묵으며 집필을 한 곳으로 유명하죠. 주체는 ‘여기’에서 무(無)를 기다려요. 무(無). 좋고 나쁨이 없는 상태. 아무 것도 없는 상태. 불교식으로 말하면 해탈의 상태를요. 주체는 ‘빛’과 ‘그림자’를 ‘즐기’네요. 어느 것에도 매임이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매순간 다른 파도가 치는 ‘바다’의 정신이 생성되는 곳에서요. 신비로운 정오의 ‘목표가 없는 시간’이 도래하네요. 마치 산모의 분만에 때처럼 ‘그때’를 가능하게 하는 곳. 이 곳에서 주체는 ‘하나가 둘’이 되는 지극함에 이르고, 질스마리아는 ‘나의 여인’으로 명명되며, 니체의 새로운 나를 분만하게 하네요. 시 ‘나의 행복’에서도 니체는 ‘산타마르코’를 가장 행복한 곳이라 고백해요. 자기만의 고유한 법칙을 감지할 수 있는 장소들. 그 곳에서 자신을 회복시키며 글을 쓰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이처럼 질스마리아와 산타마르코는 명백히 니체의 장소인 것 같아요./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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