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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꿍”

하고 들어서자 어머니 환하게 웃으신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부서진 웃음이 병실 안을 빙빙 도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 꿈이었구나.’

며칠 전 쓰러지신 어머니 만나러 일하다말고 병원 가는 길, 깜빡 졸았나 보다. 하루에 두 번뿐인 면회시간을 놓치면 어머니를 못 뵙는다. 매일 전화만 하면 시끌벅적하게 받아주시던 어머니께서 이제는 아무 말 없이 누워계신다. 전신을 기계에 맡기고 의식을 놓은 채 그림처럼 누워계시는 여러 사람들 속에 섞여서 말이다.

아기가 된 것이다. 어쩌면 세월의 흐름에 밀려 아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긴 세월 부모 노릇하는데도 지치실 때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야야, 어른 노릇 하기가 얼매나 힘든 줄 아나?”

입버릇처럼 말씀 하시며 항상 공평하게 육남매에게 넘치는 사랑을 나눠 주시더니 이젠 응석을 부리신다. 시골 헛간에 박스마다 말갛게 감자 캐어 놓으시고 고추밭에 고추가 벌겋게 익어 가는데도 이제는 못 따신다. 흩어져 사는 자식들 입에 넣어줄 생각에 종종걸음으로 때맞춰 참기름 짜랴 콩 심으시랴 김장배추 모종하시랴 그렇게도 바쁘게 움직이시더니. 지금 생각해보면 팔순 어머니 작은 몸집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샘솟았을까 싶다. 그건 오직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그거 하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 면회시간은 삼십 분입니다.”

“환자이름 적힌 목걸이 하신 분만 들어가실 수 있어요”

“가족들은 한 명씩만 교대로 들어오시고 손 세정하시고 일회용마스크 반드시 착용하세요.”

그리곤 안에서만 열리는 중환자실 문이 열렸다. 남매들이 많아 내게 허용된 시간은 5분. 5분 안에 어떻게 어머니께 내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날 그렇게 많았던 허락된 시간들은 어디에다 흘려버리고 막다른 골목의 끝에서 안타까운 5분을 두고 떨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왜 미리 몰랐을까, 후회가 몰려왔다.

“혈압도 정상이고 혈소판 수치도 좋아지셨대. 오늘은 컨디션도 좋아보이시는데?”

먼저 들어갔다 온 동생이 하는 말에 기다리는 자식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대로 가면 오늘, 내일 일반병실로 옮길 수도 있다는 말에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일생을 온전히 자식위해 쏟아주신 어머니 그 사랑에 다시 한 번 마중물을 부어 드려야 할 시간. 받은 사랑 백만분의 일이라도 돌려드려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어머니께서 다시 한 번 힘내시고 거뜬히 일어나실 수 있도록 우리 자식들의 정성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30분이라는 시간을 앞에 놓고서야 더 간절하게 깨닫게 되는 어머니의 사랑 앞에 또 한 번 간곡히 빌어본다.

‘제발, 엄마 힘내시고 우리랑 함께 더 살아요.’

병실 문이 열리고 나는 어머니 병상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우리 엄마 환하게 웃으시는 그 모습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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