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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나는

/김인자

첫 결혼기념일이 이혼기념일이 된 후배의 변은

걷잡을 수 없는 남편의 바람기가 원인이었단다

30년을 한 남자와 살고 있는 나도

실은 한 남자와 사는 게 아니다

영화나 소설처럼 호시탐탐 친구의 애인을 넘보고

선후배에게 추파를 던지고 이웃사내에게 침을 삼켰다

단언하지만 이런 외식이 없었다면

나야말로 일찍이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일

결혼제도란,

한 여자가 한 남자만을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지어진

공소시효가 불분명한 합법을 가장한 희대의 불법 사기극

나는 달콤한 미끼에 걸려든 망둥어, 위장취업자, 아니 불법체류자,

결혼이라는 기업에 청춘의 이력서를 쓰고

정규직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상근봉사자,

가문의 대소사엔 대를 이은 비정규직 노동자,

자식에겐 만료가 없는 무보수 근로자,

이런 근로조건에서 이 정도 바람 없기를 바란다면

인간이 아닌 건 내가 아니라 후배일 터,

나는 삼류영화, 삼류소설을 너무 많이 봤고

후배는 너무 오래 교과서만을 탐닉한 결과다

 

 

 

 

결혼은 축복으로 시작해서 절망으로 귀결되는 악마의 유혹 같은 것일지 모른다. 이성에 대한 사랑은 유효기간이 길어야 3년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 유효기간이 끝이 없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졸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회자되기도 하는 세상이긴 하지만, 백년해로라는 숭엄한 아름다움을 그 어떤 것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래도 결혼은 ‘나’ 하나를 잃고 더 많은 ‘나(가족)’를 얻는 꽤 괜찮은 사업이다./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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