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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松시선]제국의 깃발을 아래 선 이웃

 

일본은 우리에게는 역사의 고비마다 이어져 온 침탈과 지배, 약탈의 나라다. 민족의 비극, 분단의 아픔도 그 근원은 국권의 강탈에서부터 유래한다. 지금 이 순간도 독도를 일본 땅이라 주장하며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은 커녕, 경제적 무기로 한국의 경제주권에 심대한 침해를 가하고 있다.

물론 일본 아베정권이 섬나라, 기지국가의 콤플렉스와 패전 전범국가의 트라우마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국내정치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한반도와 긴장을 조성하는 저급한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이번 수출규제사태를 통해 한국정부와 국민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웃으로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일조하는 진정한 일류국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주재 미국 대사였던 윌리엄 J. 시볼드의 기록한 ‘미국 CIA 한국전쟁관련 보고서’에서 시볼드는 “일본의 경제가 한국전쟁으로 횡재(windfall)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미군과 유엔군은 전쟁물자와 각종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 일본을 병참기지로 활용했다. 미군은 전투 중에 파괴된 차량과 무기 등 군수물자의 80% 이상을 일본에서 수리 제조했다.

한국전쟁 첫해 6개월 동안 일본이 누린 경제적 이익은 외화 수입의 15%를 차지했다. 자동차 등 전쟁물자 2억2천만 달러, 기지공사 등 용역 수익 9천300만 달러를 비롯해 총 3억1천500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전쟁이 일본에 안겨준 외화수익 비중은 1951년 GDP의 26.4%, 1952년 36.8%를 차지했을 정도다. 일본경제는 한국전쟁 3년 차인 1952년, 세계대전 패망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국전쟁 혜택은 당시의 화폐가치로 약 1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 철강, 조선, 건설, 의약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견고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당시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도 “일본을 위한 천우신조(天佑神助)”라 했다. 일본은 한국전쟁을 기반으로 전후 20년 동안 연평균 10%이상 성장가도를 달렸다. 전쟁이 끝난 후 10년간은 주로 전쟁복구 물자를 공급했고, 그 후 10년은 한국 산업화를 시장으로 활용하며 성장했다.

한반도에 냉전과 휴전협정 체제를 마감하려는 대전환의 순간에 일본이 가지는 위기감은 결국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갑질, 혹은 침탈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협하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오히려 협력하고 동북아시아를 평화지대로 자리매김 하도록 돕는 것이다.

동북아시아 평화의 핵심은 남북한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다. 그 길은 70년의 전쟁체제를 마감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끄는 동행 시대의 개막에 있다. 냉전구조가 해체되면 불행했던 식민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공동으로 추구하는 사이좋은 이웃이 되어 협력한다면 현해탄을 가로질러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의미의 보통국가, 문명국가로서 일본의 길도 열리지 않겠는가.

끝으로 필자의 졸시로 우리 국민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우리가 이토록 가슴아파하는 것은 / 그대들이 우리 조상을 능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 우리가 이토록 경악에 치를 떠는 것은 / 그대들이 경제강국이기 때문이 아니다 / 우리가 이토록 분노하는 것은 / 그대들이 독도를 달라고 떼를 써서가 아니다 // 우리가 이토록 아파하고 분노하며 / 통절한 슬픔에 온몸을 떠는 것은 / 그대들이 / 우리와 가장 가까워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 우리와 가장 사랑해야 할 이웃이기 때문이다 // 가까운 이웃의 분단을 / 경제적 도구로 삼은 그대들, / 이제 그 더러운 제국의 깃발을 내려라 / 대동아의 맹주로 망동하다가 / 마침내 파멸되었던 / 과거의 악몽을 더 이상 / 그대들의 영광으로 받들지 마라 // 우리가 이토록 탄식하는 것은 / 우리가 약해서가 아니라 / 그대들이 바로 이웃이기 때문이다” (김윤환 시, 제국의 깃발 아래 선 이웃이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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