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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의 아르케]왜 아르케인가?

 

아르케는 원질(原質), 즉 근원이 되는 물질이란 뜻이다. 우주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무엇이냐는 거다. 고대 희랍의 자연철학자들이 추구했던 학문의 목표였다.

자연철학이 신화적 해석에서 탈피해 이성의 사유(思惟)로써 세상의 근원과 이치를 이해하려고 한 첫 시도였다.

최초의 자연철학자인 탈레스는 아르케를 물이라 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 피타고라스는 수(數)라고 했다. 엠페도클레스는 물·불·흙·공기를 꼽았고, 아낙사고라스는 그보다 많은 원소(종자)들을 꼽았다. 그리고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라는 의미의 물질로서 원자(原子)론을 제기했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이 네 물질을 입체기하학의 도형으로 묘사했다.

가장 덜 움직이면서 가장 안정적인 흙(정6면체)을 입방체로 먼저 배정하고 나머지 도형들 중에서 가장 덜 움직이는 물(정20면체)과 가장 잘 움직이는 불(정4면체), 그 중간인 공기(정8면체)로 배정하는 식이었다.

이 네 물질 분자들은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주는 정12면체다.

‘티마이오스’는 우주론이다. 자연철학자들의 아르케 추구는 서양의 근대에서 자연과학의 자양분이 된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하이젠베르크는 ‘티마이오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한다. 소피스트의 등장이다.

소피스트의 세계관은 상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사람들마다 제 각기의 관점을 가지고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진리는 상대적이라는 주장으로, 이러한 경향을 비판하고 나선 이가 소크라테스다.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면서 대화를 통해 청년들을 각성시켰다. 이와 더불어 아르케의 논의는 현상과 본질의 문제로 진화한다.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론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도 같은 맥락이다.

파르메니데스는 존재와 비(非)존재를 구분한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 변하는 것은 비존재다.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는데도 변하지 않는 게 있을까? 반대로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라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고 했다. 누구 말이 맞을까?

냉장고 안에 물이 있다. 이 물을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에 밖으로 꺼내놓으면 변할까, 안 변할까?

파르메니데스의 기준으로 볼 때 이 물은 존재가 아니라 비존재다. 그러면 물의 존재는 뭘까? 바로 수소 분자와 산소 분자가 2대 1로 결합한 물질(H2O)이라는 것이다. 물은 변해도 수소와 산소의 질과 양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존재, 즉 본질이다.

존재와 비존재는 본질과 현상의 관계와 같다. 현상은 눈에 보이는 대로의 모습으로 감각기관이 포착한 상(象)이다. 그러나 그건 진짜가 아니란 얘기다. 진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가짜뉴스에 현혹되기 쉬운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험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회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것은 겉보기 운동으로서 현상이다. 그러나 본질은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경험이란 건 믿을 게 못된다. 경험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관이다. 사물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은 주관적 의견이 아닌 진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저널리즘은 경험적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객관적 진실을 추구한다. 현상으로서의 사실은 감각의 영역으로서 주관이지만, 진실은 이성의 영역으로서 객관이 된다. 그게 객관보도다.

객관보도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철학적 무지의 소산이다. 원질, 존재, 본질, 진실은 같은 의미다. 그래서 아르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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