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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상식의 외교가 절실하다

 

요새 우리나라 외교를 보면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나서 “맞을 짓 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에게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동의하지 말라면서 “총알받이 되지 말라”고 한다. 거기다가 일본은 온갖 거짓을 들이대며, 우리에게 보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런 한일 간의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맨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어리둥절했다. 일본을 따라잡는 방법이 내수의 확대에 있다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내수의 확대와 남북경협을 연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상식은, 시장이란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과연 그런 구매력이 있는 시장인가를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구매력 있는 시장으로 키워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는데, 언제 북한을 그런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지는 정말 모르겠다. 또한 북한을 그렇게 만들기까지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걸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변할지는 모르지만, 동서독의 통일과정을 보면, 100년 정도 앞을 보는 투자라면 모르겠지만, 당장 몇 십 년 미래만을 놓고 보면 결코 자본주의의 상식에 맞는 투자라고는 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간의 무역 갈등으로 환율은 급상승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외국 자본의 이탈도 목격되는 상황에다, 국내적 요인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의 그늘로 신음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무슨 돈으로 북한에게 ‘투자’를 할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동의하기 힘들다. 노동력이 ‘우수하다’고 말할 때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우수한 인력과 기술집약적 산업에서의 우수한 노동력은 그 개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과 ‘협업’을 한다면 주로 노동집약적 산업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협업을 한다는 것은, 불량국가에 첨단 제품 제공을 금하고 있는 바세나르 협약 위반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고, 미사일이나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중화학공업 분야가 아닌 IT쪽 분야에서는 해킹 분야를 제외하고는 북한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분야에서의 협업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있고 난 바로 다음날 북한은 미사일을 쐈고 우리에게 “맞을 짓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상식적인 외교의 수준을 한참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란다. 남북 군사 합의에 미사일 발사 금지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합의’라는 것은 그 취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문구에 매달리는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 남북 군사합의의 근본적 취지는 남북 상호간에 적대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당연히 합의 위반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대한민국 내의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반대하면서 우리를 위협해도 한마디 못하고 있다. 이 역시 지극히 비상식적인 외교행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렇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대일 보복 조치는 아직도 취하지 않은 채, “일본은 곧 망할 것”과 같은 웃지 못 할 말잔치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적으로는 현 정권의 외교에 대한 비판을 친일로 몰기에 정신이 없다. 이런 걸 보면서, 현 정권의 외교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 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정치의 가장 기본은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식적이어야 여론의 지지도 얻고, 또 그래야만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제 좀 외교나 국내 정치에서 합리성이나 상식을 보고 싶다. 정부의 국민과의 눈높이는 상식적인 언행에서 비롯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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