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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국보1호 숭례문, 日 역사왜곡 산물 아닐까?

 

 

 

세계 언어학자들이 꼽는 최고(最高)의 언어는 한글이다. 최근에 한글의 원형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댓글이 오는 24일까지 20만개가 달리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동의하는 댓글을 올려줘 이런 값진 뜻이 관철되면 좋겠다. 아베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좋지만 일본에 의해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하다.

숭례문을 국보 1호로 지정한 연유는 이렇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숭례문을 통해 들어와 한양성을 함락시켰다. 조선총독부는 이를 기리고자 1934년 8월 27일 숭례문과 흥인지문이라 일컫지 않고 ‘경성 남대문’을 보물 제1호로, ‘경성 동대문’을 보물 제2호로 지정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숭례문은 조선에서 대승을 거둔 전승기념물이자 개선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 후 4대문의 정문인 예를 숭상한다는 뜻을 가진 숭례문을 남대문으로 격하시켜 부르게 했다.

숭례문 근처에 있던 선예청을 철거해 시장을 개설 후 남대문 시장으로 명명했다. 동쪽, 흥인지문(興仁之門)은 이현시장을 흥인지문 옆으로 확장해 동대문시장이라고 명명했다. 우리 고유의 인의예지(仁義禮智) 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한양 4대문 명칭은 인간이 지켜야할 다섯 가지 도리를 일컫는 숭고한 뜻이 담겨져 있다. 동쪽은 인(仁), 흥인지문이 있고 서쪽은 의(義), 돈의문, 남쪽은 예(禮) ,숭례문, 북쪽은 지(智), 숙청문, 중앙은 신(信), 보신각이 세워졌다.

4대문 가운데 흔적 없이 없어진 것은 의(義)를 돈독이 한다는 뜻을 지닌 돈의문(敦義門)뿐이다. 이봉창, 윤봉길, 안중근 의사(義士)가 일제 만행에 항거하는데 앞장 섰다해서 일본은 기를 꺾겠다는 의도로 돈의문만은 초석(礎石)마저 찾을 수 없게 없애버렸다. 철저한 민족정기를 말살시키려는 의도였다.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게는 “조선인에게 일본혼을 심어줘야 한다. 조선인의 민족적 반항심이 타오르게 된다면 큰일이다. 영구적이며 근본적인 사업이 필요하다”며 역사왜곡에 나섰다. 하루 속히 서쪽에 돈의문을 세워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해방이 되면서 1955년 대한민국 문화재위원회에서 일본의 숨은 의도를 갈파하지 못하고 숭례문을 보물 1호에서 국보 1호로 그대로 지정했다. 지금이라도 역사를 바로잡아 우리나라의 정기(精氣)를 옳게 정립시켜야 마땅하다. 오늘도 숭례문을 남대문이라 부른다. 흥인지문이라 하지 않고 동대문이라 부른다. 민족정기와 기개(氣槪)를 꺾는 교묘한 식민지 전략이 은연중에 우리 머릿속에 박힌 탓이다.

올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다. 조선총독부가 정한 국보 1호 하나 바로 잡지 못하고 주권국가라 할 수 있나.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라 말할 수 있나. 지금이라고 바로 잡아야 한다. 국보 1호 대상 문화유산은 많다.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반가사유상 등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자긍심을 갖고 국민정신을 통합할 문화유산들이다. 하지만 훈민정음 해례본이 으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문자가 한글이 아닌가. 한글의 유래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재지정하여 문화국가로서의 국격을 한층 높여야 한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아 후손들이 우리 문자에 긍지를 느끼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문화적 우위에 설 때 일본의 콧대를 꺾을 수 있다. 일찍이 백범 김구 주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한일 간의 갈등의 근본 이유도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정신을 갖는 것은 오직 문화다. 아베의 경제보복은 보이지 않는 문화의 결핍 때문인 듯하다. 한국과 일본은 숙명적인 관계다. 더 이상 상처를 내지 말아야 한다.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는 데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국민감정을 치유하여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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