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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동방 제일의 길지, 마곡사 여행2

 

 

 

 

 

지난 여행에 이어 마곡사 여행을 이어가보자. 무더운 여름, 오층석탑에서 고개를 들면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층층이 이어진다.

먼저 대광보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대광보전 가까이 다가가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창호문양이다. 정면 5칸의 대광보전에는 1칸에 3짝의 창호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3짝의 창호 문양들이 제각각 독특하다. 화려한 색채감은 없지만 덕분에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전각과는 훨씬 더 잘 어울린다. 그걸 알아서일까, 사람들은 창호문양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창호 문양 하나만으로도 빛나는 대광보전이다.

창호문양을 따라 시선을 건물 위로 옮기다보면 군데군데 단청이 지워지고,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멋스럽게 쓰여진 대광보전 편액 글씨를 만난다. 한자로 쓰여진 대광보전 편액 글씨는 거침없이 흘려 쓴 듯 하면서도 모나지 않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바로 표암 강세황 선생의 글씨이다.

대광보전 편액을 썼던 시기는 표암 강세황 선생이 연경에 가서 글씨로 이름을 떨치고 돌아온 후로, 표암 강세황 선생은 청나라 건륭 황제로부터 ‘미불(중국 북송의 서예가, 송4대가의 하나로 꼽히는 인물)보다는 아래이나 동기창(중국 서예의 대가로 북경에서 왕자를 가르치는 지위에 오른 인물) 보다는 위’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러한 표암 강세황 선생의 소문을 마곡사 스님들께서 놓칠리 없었을테고, 덕분에 이렇게 대광보전 편액을 통해 명필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대광보전 안에는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보통은 불상이 남쪽 어칸을 향해 자리하고 있는데 반해 이 부처님은 서쪽 벽에서 동쪽을 향해 자리해 계신다. 무심코 동쪽 출입문을 통해 대광보전 안으로 들어섰다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비로자나불에 깜짝 놀라 예를 갖추게 된다.

대광보전을 나와 오른쪽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중층 지붕의 대웅보전을 만난다. 보물 제801호인 대웅보전은 대웅전이라고도 하는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신 전각을 대웅전 또는 대웅보전이라고 하는데 이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큰 영웅’이라고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2층짜리 지붕이 멋스러워 자연스레 대웅보전 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서 볼 때는 중층이었는데 안에서 보면 통층으로 이뤄져 있다. 내부는 생각보다 좁은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팔로 감싸 안아야 될 만큼 큰 싸리나무 기둥이 4개나 있다. 이 대웅보전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싸리나무 기둥을 도는 것이다.

이 곳에서 싸리나무 기둥을 도는 이유는 전설 때문이다. 후에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마곡사 대웅보전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이나 돌았는지 묻는데 그 이유는 많이 돌수록 극락에 갈 길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싸리나무 기둥을 돌면 아들을 낳을 수 있으며, 한 번도 돌지 않았다면 바로 지옥행이라는 이야기는 마곡사를 찾는 이들에겐 아주 솔깃한 내용이다.

실제로 이 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싸리나무 기둥을 잡고 돌고 있고, 덕분에 싸리나무 기둥은 윤기가 반질반질 할 정도이다. 이 곳까지 와서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싸리나무 기둥을 부여잡고 간절히 도는 수밖에...이 곳을 돌고 있는 사람들은 필자와 같은 마음일까? 아님 아들을 점지해 달라는 기원일까?

다음은 백범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머물다 간 곳이다. 을미사변 후 일본인을 살해한 ‘치하포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인천에 수감됐던 김구 선생은 탈옥 후 이 곳 마곡사에서 승려가 된다. 백범 김구 선생의 법명은 원종스님이다. 백범당 옆으로는 해방 후 다시 찾아와 기념식수를 한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마곡사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을 위해 매년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으며 백범 명상길 등 백범 선생과 관련된 장소들을 명상코스로 만들어 놓았다. 백범당에 앉아 삭발 후 마곡사를 거닐었을 원종스님의 마음과 ‘인연’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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