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쓰레기통
[생활에세이]쓰레기통
  • 경기신문
  • 승인 2019.08.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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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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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수필가월간 수필문학 편집국장
이자야 수필가 월간 수필문학 편집국장

내 책상 옆엔 언제나 쓰레기통이 앉아 있다. 버리는 것은 쉬운 길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쓰다만 종이, 가래침 묻은 화장지, 구겨진 약봉지, 그밖에 더럽고 하찮은 것들은 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하루라도 쓰레기통이 없으면 내 방은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쓰레기통이 있기 때문에 내 방은 깨끗하고 청결하니 내 마음도 한결 단정해진다. 그게 쓰레기통이다.

그러고 보니 쓰레기통은 내 서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실에도 있고 주방에도 있다. 건넌방에도 있고 집안 곳곳에 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필요 없고 무심한 것은 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거리 도처에도 쓰레기통이 놓여 있다. 공원 입구에도 쓰레기통이 있고 골목길 군데군데에도 쓰레기통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쓰레기통들에 마음을 두는 자는 드물다. 마음을 쓰기는커녕 쓰레기통처럼 만만한 것이 없다. 그냥 하찮은 것은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린다. 그러니 더러운 것이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저분한 악취다. 더럽고 추잡한 것이 쓰레기통이니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냄새 나는 것들이 다 어디서 나왔는가? 다 그대 몸속에서 나왔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쓰레기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또한 쓰레기통이다.

그대, 쓰레기통 없는 세상을 한 번 상상해 보라. 골목길은 사흘도 못가서 쓰레기 천지가 될 것이다. 발끝 닿는 곳마다 쓰레기가 넘쳐날 것이다. 악취가 천지를 진동할 것이다. 그 오물 덩어리 속에 우리가 산다고 생각하면 몸서리가 난다. 지옥이 따로 없다.

그러니 쓰레기통의 존재야말로 오죽 소중한가. 그런데도 쓰레기통은 너나없이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성질이 나면 쓰레기통부터 걷어찬다. 쓰레기통이 무슨 죄가 있는가? 그대 주변의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을 소중하게 보관해주고 처리해 주는 것이 쓰레기통 아닌가? 화난다고 함부로 쓰레기통을 걷어차지 말라. 그대는 세상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더러운 쓰레기를 마다치 않고 가슴에 안아본 적이 있는가?

요즘 신문기사를 보면 SSM 마켓에 대한 말들이 많다. 대기업에서 경영하는 대형마켓이라 골목 상점들이 다 죽는다고 야단들이다. 그 자세한 사정은 나는 잘 모른다. 그러나 골목 가게도 다들 슈퍼라는 이름으로, 혹은 24시, 또는 GS마트 등 편의점이란 이름으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 아직도 재래식 구멍가게가 있다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골목길에 그런 가게가 하나 있다. 간판도 후줄근하고 가게 모색도 낮고 초라하다. 드나드는 사람도 초라해 보인다.

한 많은 이 세상 화난다고 다 성질부리고 사는가? 화가 나도 참고 살아야 한다. 그 참고 사는 화가 다 어디로 가는가? 결국은 그대 마음속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그 무수한 마음의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그걸 고스란히 받아줄 마음의 쓰레기통이 없었다면 그대는 진작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거나 아니면 미쳐버렸을 것이다. 우리가 발광하지 않고 제정신으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다 저마다의 마음속 쓰레기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쓰레기통 더럽다고 욕하지 말자. 정작 더러운 것은 그대 마음속에 있는 그 무수한 욕망의 찌꺼기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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