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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지역경제 보루 지키자”… 일본 경제보복 암초 넘는다

위기의 SK하이닉스
2017~2018년 사상최대 실적
반도체 매출 시장점유율 세계 3위
이천시 예산의 30% 법인세 납부

올해 메모리 수요 감소·가격 하락
2분기 연속 ‘어닝쇼크’ 기록
일본 반도체 수출규제 ‘설상가상’

하나로 뭉치는 이천시
20조원 투입하는 M16 공장 증설
정문 앞 오피스텔·병원 신축 ‘분주’
“아직 별일 없지만 ‘거안사위’ 필요”

엄태준 시장, 기업 유치 팔걷어
“반도체 핵심부품·소재 생산공장
이천 건립·이전 기업에 자금 지원”
시의회·시민단체도 ‘한목소리’

 

 

 


■ 이천 SK하이닉스 현장을 가다

일본이 한인징용배상 판결에 불만을 갖고 반도체 시장점유율 세계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를 겨냥하며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등 경제보복조치를 감행했다.

그러자 정부도 반도체와 미래산업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WTO 제소 등을 통해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자치단체 예산의 1/3을 지방세로 납부하면서 지역경제를 이끄는 SK하이닉스와 협력업체의 근황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인근 건설현장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 종사자들의 생각, 이천시의 대응 동향 등을 살펴봤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슈퍼호황을 맞다

2012년 2월 SK텔레콤은 3조3천700억원에 현대전자에서 출발한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그해 하이닉스는 매출 10조1천620억원에 영업적자 2천273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LG반도체와 빅딜, 금융위기 등 두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SK하이닉스반도체’로 출발한지 6년이 지난 지금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2019년 1월24일 발표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매출 40조4천451억원에 20조8천43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순이익은 15조5천400억원이다.

업계의 반도체 경기가 싸이클상 버블이 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엎고 2017~2018년 2년 연속 사상최대의 기록경신을 해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2017년 말 반도체 매출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 14.5%, 인텔 14.3%에 이은 6.2%로 3위를 차지했다. 주력인 D램은 더욱 강세였다. 삼성전자 46.0%에 이어 SK하이닉스 28.7%로 2위를 지켰다. 3위가 마이크론 20.8%, 대만의 난야가 2.5%로 4위 순이었다.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우후죽순 격이다.



2분기 연속 어닝쇼크(earning shock) 기록

그랬던 하이닉스가 올 1분기 매출 6조7천727억원, 영업이익 1조3천665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 32%, 영업이익 69%가 감소한 것으로, 1년 전 같은 분기에 비교해서 매출 22%, 영업이익 69%가 빠진 것이다.

어닝쇼크다. 어닝쇼크는 기업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유는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이다.

그런데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영업이익은 89% 급감, 1분기보다 더 떨어졌다.

하이닉스는 이러한 매출 감소가 반도체 가격하락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보고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감산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와 수출심사우대국 배제의 경제보복을 감행하면서 그 여파를 떠안게 됐다.



하이닉스·협력업체에 거안사위(居安思危) 주문, 소상공 자영업의 기대와 바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의 상황에 대해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판단과 대책도 있지만,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는 단계로 따로 입장을 말해줄 수 없다”고 짧게 답한 반면, 협력업체 A사의 상무는 “3개월, 6개월 버티는 상황을 우려들 하는데 일본도 일본이지만 D램을 제일 많이 가져가는 미국의 IBM이나, 델(Dell Inc)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며 오히려 차분했다.

그러면서도 “조선(造船)과 GM 사태로 거제나 통영, 창원, 군산 어떻게 됐습니까? 이천시도 거안사위적인 설계가 필요할 때가 됐죠”라고 부언했다.

거안사위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잘 나갈 때 최악도 생각하라는 말이다.

여기에 근처에서 커피, 피자, 분식, 삼겹살, 활어회, 치킨, 순대국 등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소 주인들은 “주말과 휴일외에 예전과 별다른 손님 기복이 없다. 정치와 언론에서 너무 들뜨는 것 같다”며 외려 시름이나 엄살들이 없다.



현장 직군(職群)들은…?

SK하이닉스 주변을 탐문하는 중에도 M16 공장 증설과 정문 앞 호텔, 오피스텔, 병원 신축공사장에서는 고공 크레인들이 긴 바지랑대처럼 하늘을 가르고, 망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11시30분. 외부식사를 위해 나온 직원들은 웃음 섞인 대화로 활기찬 모습 그대로이고, 공사장 건설인력들도 분주하다. 근처 식당에는 하이닉스 직원말고도 혼합으로 만원이다. 저녁시간에는 고깃집과 호프집까지 만석사례로 더욱 시끌벅적하다고 한다.

하이닉스에서 청소, 운전, 구내식당, 기숙사 관리의 직접 직군과 택시, 학원, 택배, 요양보호사, 아이돌보미 등 하이닉스 경기에 영향을 받는 직군 부류의 얘기를 들어보면, “M16공장 증축 공기가 다소 지연될 거라는 얘기와 이천의 인력을 청주로 뺀다는 얘기가 있기는 한데, 감원 얘기는 아직 없습니다.”, “하이닉스가 잘 돼야지, 여기 하청과 외주업체에 취업된 60대 이상 인력이 200명이 넘어요. 큰일 납니다. 근데 아직 별일 없습니다.”, “직원들 수입이 줄면 아이돌보미, 요양보호사 쓰겠어요? 회사사정으로 취소하는 건은 없어요.”, “이천 개인택시 면허가 1억7천만원입니다. 성남보다 비쌉니다. 그만큼 잘된다는 얘긴데 만약, 잘못 돼서, 인수합병 얘기 나오면 골치 아픕니다.”, “기업인들은 냉정하게 과감하게 결단할 겁니다. 그러니 국회의원이나 시장, 지방의원들 사진 찍는 일회성 제발 그만하고 기업인들과 공무원 전문가들하고 자주 현장 좀 다녀서 선거 때 한 약속들 지켰으면 좋겠네요.” 등 나름 특단의 조치(?)를 주문했다.

 

 

 

 


힘 보태는 이천시

반도체 업계나 학계에서 예상하기를 초호황 뒤에 사이클상 가격급락이나 수요감소, 덤핑 등이 있을 수 있고, 중국 화웨이의 약진이 있을거라 우려했지만 암초는 엉뚱하게도 일본정부였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려는 지역사회 움직임이 모처럼 하나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케미(chemistry)가 되었든 콜라보(collaboration)이든 전방위 협력태세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지난달 2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반도체 핵심부품.소재 제조공단 조성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천시에 신규로 반도체 부품·소재 공장을 건립하거나 이전해오는 기업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과 1.2% 저금리로 최대 5억 원의 운전자금과 최대 30억 원의 시설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6일부터 SK하이닉스를 비롯, 관내 반도체 업체를 방문해 지원방향을 모색했다.

이천시의회도 지난 5일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 철회촉구 결의와 함께 일본여행과 상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발표했다.

이밖에도 이천시 시민단체는 지난 8일 11시 SK하이닉스 정문에서 국산화 추진 반도체 핵심부품·소재 생산공장 이천 유치 기자회견 및 결의문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시에 있는 본사가 있는 향토기업이다. 특히 2018년 이천시에 법인지방소득세로 2천여 억원을 납부해 이천시를 경기도 31개 시·군 중 1조원 이상 예산의 16개 시군 그룹에 들어가게 했다. 올해에도 이천시 재정수입의 30%를 차지하는 3천279억원을 납부했다. 이는 이천시 전체 예산의 30%에 해당한다. 거기에다 M16 공장 건설에 20조원을 투자해 고용과 소상공 자영업의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그야말로 이천시 경제의 보루이자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이천=방복길기자 b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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