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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알고는 못먹을 ‘고름 돼지고기’의 비밀

세상 나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자(者)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변명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서’다. 비겁하다. “네 가족에게 먹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 그게 사람된 도리다. 글머리부터 흥분한 까닭은 싼 값에 유통되고 있는 ‘고름 돼지고기’ 때문이다. 이 고기는 구제역 백신을 맞은 돼지에서 발생하는 고름 부위만 제거한 돼지고기를 말한다. 시중에서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소비자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른채 가격이 싸다는 이유하나로 구매한다.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아 생기는 불행한 일이다. ‘고름 현상’은 구제역 백신을 맞은 돼지 10마리 가운데 4마리 정도가 보이는 증세다. 주사 접종 부위인 목살과 뒷다리살 등에 집중된다. 이는 구제역 백신 성분이 지용성이기 때문에 흡수가 늦어져 도축 직전까지도 완전히 체내에 녹아들지 못해 생기게 된다.

물론 걸러내는 장치가 없지는 않다. ‘이상육(異狀肉)’으로 분류돼 도축장에서 1차, 정육점 등 소매점에서 2차로 걸러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정육점에서 고름 부위만 제거한 채 싸게 팔았다. ‘B목살’이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올랐다. ‘부위’보다는 ‘가격’에 기대 돼지고기를 구매해 온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예측돼 더욱 씁쓸하다. 구제역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2011년부터다. 8년 동안 소비자들은 모르고 이런 고기를 먹었겠다. 이렇게 찜찜한 고기가 제약을 받지 않은 이유가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기 때문이라니 한심하다. 게다가 정부는 ‘고름이 안생기게 하는 백신이 없어 유통을 막을 경우 육류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제어를 하지 않고 있다. ‘고양이 쥐 생각’하고 계신다.

방법은 있다. 고름방지 백신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도축장에서 전수조사를 통해 걸러내고 걸러낸 만큼 축산농가에 보상을 해주는 등 의지가 없었지, 길이 없었겠나. 대책 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그때까지 소비자에게 정보라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먹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상식이다.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문제가 없다면 숨길 이유도 없다. 그나마 ‘유통이력 시스템’이라고 제대로 관리하던지. ‘고름 돼지고기.’ 그동안 모르니까 먹었지 알고는 못먹을 현실이 이 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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