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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의 조화… 서울 속 숨은 공간을 찾아서

산업 발달과 쇠퇴 함께 경험한
을지로·문래동… 여섯 곳 소개
노동자들이 그린 골목 풍경화 등
독자들에 소소한 일상 행복 전해

 

 

 

서울이라는 공간 속 숨은 매력을 찾아 기록한 책 ‘지리교사의 서울 도시 산책’의 저자 이두현이 ‘역사 보전의 공간’, ‘미래 창조의 공간’에 이어 ‘도시 재생의 공간’을 소개한다.

책에서는 삶의 현장인 ‘을지로’부터 전통의 활용 ‘익선동’, 신구의 조화가 만들어 낸 ‘해방촌’, 산업 공간의 재생 ‘성수동’, 봉제거리 박물관 ‘창신동’, 철공과 예술의 만남 ‘문래동’까지 총 여섯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들은 단순히 요즘 ‘뜬다’고 핫플레이스가 아닌, 지역성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활기를 되찾은 재생의 공간이다.

책은 먼저 서울의 도심 을지로를 소개한다.

을지로는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대로변을 따라 밀집해 거대한 스카이라인을 이루지만, 안쪽에는 타일, 도기, 조명, 벽지, 페인트 등 저층의 건축 자재 점포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인쇄소, 공업사 등 소규모 공장들이 세월의 무게가 힘겨운 듯 서로에게 기대며, 골목과 수십 년을 함께해 온 작은 식당들이 노동자의 허기를 달래 주는 곳, 을지로다.

을지로와 닮은, 도심 한복판에 고립된 섬처럼 홀로 남은 마을도 있다.

좁다란 골목을 따라 전깃줄은 얼기설기 엉켜 있고 조그마한 한옥이 서로 담을 기대며 살아온 옛 정취 가득 풍기는 동네, 익선동이 그것이다.

익선동은 재개발의 위기를 어렵게 이겨내고 봄기운처럼 골목에 생기가 돋아나, 최근 젊은이들로 붐비는 반전의 한옥 마을이다.

이어 지난 1945년 광복과 함께 실향민과 해외 동포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해방촌은 작은 변화들로 도시의 재생을 이끌어 낸 관용성의 도시이다.

스웨터 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동네에서 수십 년 된 가게와 새롭게 들어선 가게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이 되는 젊은이들의 해방구인 것이다.

또 구두 공장과 가죽 공장을 비롯해 자동차 정비소, 인쇄소, 철공소 등 공업 지역이었던 성수동은 수십 년의 세월 앞에 허름해져 비어 가는 곳이었지만, 기존의 구두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장들과 젊은 패기로 새롭게 등장한 구두 공방들이 조화를 이루며 변화한 곳이다.

창신동은 오래된 상가와 주택들이 서로를 기대고 서 있는 경사진 동네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3천여 개에 달하는 소규모 봉제 공장이 골목 곳곳에 자리 잡아 동대문 패션타운을 키워냈다.

마지막으로 수십여 년 간 영등포 철공산업의 중심 무대였던 문래동은 주변 지역의 재개발로 홀로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되었지만, 최근 공장의 투박함에 예술을 입혀 예술창작촌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저자는 노동자들이 그려내는 골목의 풍경화가 여느 벽화 골목보다 아름다운 곳인 여섯 개의 도시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전하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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