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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예술이야기]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하여

 

얼마 전 어떤 노예술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 예술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줏대가 없어’라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을 보았다. 옛날에는 막걸리 한 사발과 담배 한 개비만 있으면 시가 꿈틀거렸고 향기를 발하였고 붓에 생명이 움텄으며 소리가 이리저리 모였다 흩어져 시간을 만들어 냈다고 자랑하며 요즘 돈이 있어야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예술가를 보고 혀를 차며 ‘예술가 정신이 없어’, ‘줏대가 없어’라고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 도움이 전혀 없이 예술 행위를 하는 것이 줏대가 있는 것일까? ‘줏대’는 ‘휘갑쇠’라 불리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휘갑쇠’는 특정한 물건 또는 사물들의 테두리 부분, 가장자리 또는 끝에 보강하기 위한 휘갑쳐 싼 쇠를 말하는데, 주로 나무막대 또는 옛날 서랍장 등에 쇠가 붙어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벌어지기 쉬운 나무 부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휘갑쇠라고 하는데, 수레바퀴에 달린 줏대가 없다면 똑바로 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사람의 행동이나 마음도 줏대가 없으면 왔다 갔다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줏대 없다’라는 것은 어느 것이 올바르고 그른가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고 마음과 행동이 곧지 않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아침 출근하는 길에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안산시 선부광장에서 진행되는 경기종합예술제 개막공연에 타악기 연주자가 필요해 한때 함께 공연했던 4년제 대학에서 국악 타악기를 전공한 후배에게 함께 연주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중에 이제는 “연주를 안 해요. 아이도 생기고 생활이 너무 어려워 지금은 택배를 하고 있어요. 나 좋다고 예술만 할 수 없잖아요” 너무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정말로 뛰어난 타악기 연주자였는데.... 안타까움에 통화 중 먹먹해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는 현실에 타협해 오랫동안 꿈꾸던 국악 예술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택했지만 그가 겪어야 했던 고민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난 12일에 안산시 단원구청 대회의실에서 유의미한 토론회가 있었다.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것이다. 조금은 생소하지만 요지는 사회복지 차원이 아닌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재명 도지사의 공약이기도 했으며,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출발점으로 안산예총과 안산민예총 등이 주도해 그 배경과 실행돼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기 위한 자리였다.

예술인 복지재단에 가입한 자로 예술인 증명이 가능한 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자 하는 예술인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이 아닌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것이다. 더 이상 문화예술인이 예술에 대한 재능과 열정, 예술적 가치, 줏대만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 내몰려 있는 안타까움의 호소와 반드시 실행됐으면 하는 소망의 외침들이 있었다. 물질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 국가의 정체성이며, 인류의 유산이기도 하다. 벼랑 끝에 몰린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본권 보장으로 그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세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가디언지 기고에서 불평등이 심화한 현재가 지구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지적하며, 자원이 점차 소수에게 편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원의 광범위한 공유 방안을 배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다. 기본소득은 사회의 공유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균등하게 나눠 갖는 국민 모두의 권리인 것이다.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 교수는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이 확대되는 것은 우리 세계의 소득 불평등을 해결할 자본주의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말 어려운 문화예술인에게 아주 어려울 때 희망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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