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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벽(壁)에 대한 소고(小考)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물리적 혹은 심리적 울타리라는 벽(壁)이 존재한다.

여러 이유와 필요에 의해서 쌓고 높인 벽이겠지만 그 높낮이와 쓰임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외부 혹은 외세의 침탈과 침략으로부터 국민과 그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성이라는 벽이 있고, 공동체 안에서의 약속인 법을 지키지 않아 그 죄를 물어 세상과 격리시킨 교도소라는 벽이 있는가 하면, 창의와 창조의 산실이자 미래문화의 주역을 양성하는 학교를 둘러싼 울타리 또한 물리적인 벽 중에 하나이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벽은 존재한다. 첫 번째는 국가의 안녕과 국민을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사회와 격리를 통한 교화에 목적이 있어 필요하다고 하겠지만, 세 번째는 안위(安危)를 우선으로 하는 기득권자들과 학부모들의 우려에서 만들어진 벽이다.

현대는 이미 안위를 볼모로 한 울타리를 만들어내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따라서 전근대적인 사고로 만들어졌던 벽을 하나씩 제거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태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혹여 벽이라는 매체가 안위가 아니라 안주(安住)로 인식되어져서 확장을 제어하고 단절을 야기 시킨다면, 더더욱 우리는 더 이상 그러한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건축물로서의 역할과 기능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서있는 벽이 이러한 데, 우리 주위의 보이지 않는 무의미한 수많은 벽들은 어떨까?

보이지 않는 벽은 그 좌절과 경계를 더 확실하게 만든다. 그것은 사회간, 계층간, 세대간을 막론하고 무수히 많다. 그 폐쇄에 대한 합리화가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자리할 때는 개화를 지연시켰고 그로인한 국익의 퇴보는 근대를 암울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받고 절망하게 했는지... 여러 매체와 혹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그것은 개인 상호간의 소통을 막는 단단한 장애물이자 억압의 다양한 형태로 이미 우리를 구속하고 압박하고 있다.

최근 관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생존권과 중앙과 지방정부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수혜대상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온도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 답답함을 해소시키기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과 거리는 존재하고 있다. 지원주체와 피 지원주체 간의 이 같은 온도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필자의 글이 단지 벽을 소프트웨어 개념으로 환치(換置)시켜 설명하는 궁색하고 무리한 글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눈을 밖으로 좀 더 넓혀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예술정책과 지원을 살펴보면, 그 벽은 더욱 심각하다. 중앙정부는 관계법령을 만들어서 이미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방정부의 경우 지원금을 받을라 치면 의무적으로 10%이상의 자부담 금을 집행해야 한다. 그 쓰임이 수익사업을 위한 것이 아닌 시민의 보편적 문화향유권을 충족시키기 위함인데도 말이다. 다행히도 수원시의 경우, 2018년도 말에 자부담제도에 대한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이 있었고, 세미나를 통하여 관과 정치권에 그 내용을 전달했으나, 수원문화재단에서 일부 현장예술인들에 대한 자부담 폐지 공표 외에는 관으로부터 이렇다 할 입장표명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재단의 발표는 예술단체가 배제된 반쪽의 벽만 허물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지원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벽은 뛰어넘는 것이 아니다. 단절이 소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 벽을 허물면 길이 된다는 말이 주는 교훈을 간과해서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벽이 길로 만들어 졌을 때 너와 내가 사는 방법이 되고, 사회와 국가가 발전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입버릇처럼 내세우는 시민과 관의 공동체 관계형성은 그 벽을 허무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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