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스트레스
[생활에세이]스트레스
  • 경기신문
  • 승인 2019.08.22 18:04
  • 댓글 0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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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야수필가월간 수필문학 편집국장
이자야 수필가 월간 수필문학 편집국장

오늘날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많이 배운 자나 덜 배운 자나 누구나 스트레스에 갇혀 바둥거린다.

정작 인간의 문명이 원시시대에 머물러 있을 때는 오직 배를 채우는 그 일 하나만으로 죽자사자 뛰었다. 그런 자에게 근심 걱정은 일종의 사치였다. 또 그런 자잘한 일을 걱정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오직 눈앞에 있는 먹이 하나만을 노리기에도 바빴으니까.

차츰 문명의 이기가 인간을 지배하면서 그만큼 인간을 괴롭히는 스트레스도 늘어났다. 아침저녁 몰고 다니는 승용차가 늘 말썽이다. 너무 오래 굴린 차가 늘 이웃집 차와 비교가 된다. 거리에 나서면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고, 잠시 골목길에 세워둔 차에 딱지가 붙어 있다. 정말 짜증 나고 성가신 일이다. 그뿐만 아니다. 사고라도 나면 이건 정말 골치 아프다. 자칫하다가는 기둥뿌리조차 뽑힌다. 편리하긴 하지만 이게 또 애물단지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오늘날엔 자동차 굴리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단 돈만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부터 운동량이 줄어들었다. 복부비만이 늘었다. 혈압도 올라가고 당뇨도 온다. 심장도 나빠지고 관상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차를 두고 다니자니 몸이 피곤해서 못 할 짓이다. 그렇다고 있는 차를 버릴 수는 더더구나 없다.

어디 현대인을 괴롭히는 문명의 이기가 자동차뿐이랴. 하루라도 없으면 살 수 없는 응접실의 전화기만 해도 그렇다. 꼭 사용해야 할 땐 참 요긴하게 쓴다. 그런데 이게 또 사람을 죽인다. 일 좀 하려 하면 전화벨이 따르릉 울린다.

무슨 큰일인가 싶어 전화기를 잡으면 “아주머니? 여기 좋은 부동산 하나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패대기를 쳐도 곳곳에서 전화를 걸어와 삶을 성가시게 군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다. 전화가 모두 스팸 전화라는 법도 없으니까.

이렇게 인생살이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좋게 생각하면 불길한 일도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냥 세상을 부정한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행여 굴러온 행운에 남들이 칭찬해도 불안해진다. 혹시 저놈이 날 넘보는 건 아닐까? 불안하고 경계심에 차 있다. 너나없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는 깊은 불신의 골이 파여 있다. 그래서 이런 시대에는 도덕군자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말을 해도 반신반의한다. 소위 서로 간에 신뢰가 무너진 세상이다. 그러고 보니 남는 것은 극도의 개인주의다. 가족 간에도 불신의 벽이 높다. 아들은 아버지를 의심하고 남편은 아내를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그게 모두 스트레스가 되어 고스란히 몸에 쌓인다. 몸뚱이에 병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저마다 몸에 말 못 할 병을 지니고 살아간다. 불면증에, 우울증에, 심장병에, 위장장애에 하나 같이 시들시들 병들어 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불신의 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믿고 사는 세상, 신뢰의 세상은 언제 올 것인가? 모르긴 하지만 우리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우리 주변의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만큼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양은 늘어날 것이다.

이를 해결할 명약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다시 원시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자동차가 없고 전화기가 없던 원시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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