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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국밥

                         /옥영숙



이마가 나오면서 귀 빠진 세상 첫날

폭염보다 무덥고 지독한 산통 끝에

겨운 몸 일으켜 앉아

첫국밥을 먹는다



생일날 찰밥을 먹어야 덕이 있다고

삼신할매 지앙밥에 몸 풀고 다시 살아

고래도 새끼 낳으면

미역밭 찾아 간다



땀나고 터진 입술에 뼛속까지 헛헛한

첫국밥 한 사발에 허리 펴고 젖이 돌아

단전에 힘 들어가고

미루었던 잠을 잔다

 

 

시인은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와서, 시집 ‘사라진 詩’, ‘완전한 거짓말’출간했고, 경남시조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을 했다. 첫국밥이란 시는 익숙한 생의 본분을 가장 밀도있게 그려서 인식되는 감흥을 불러준다. 삼신할머님들의 민속의 전래신앙이 그렇고, 격조있는 시상의 긴장감도 좋다. 존재의 근원을 찾아가는 일, 가족이란 공간의 공동체 안에서 체험의 순환으로 평화롭고 자족적인 전원을 배경으로 하는 시인의 밝은 마음들이 그려진다. 따스한 사람들의 단상을 개인의 심미적인 시선에 머물지 않고 소박한 일상의 호흡들로 보편적인 애정들이 느껴지는 시다. 깊은 단잠의 시간으로 생의 이면의 더 곡진한 풍경들로 시업이 되었으면 한다./박병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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