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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파행 경사노위 2기 곧 출범…사회적 대화 갈림길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2기 출범을 눈앞에 두면서 그동안의 파행적 운영을 딛고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25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의 24일 임기가 끝난다. 위원장을 포함한 경사노위 위원은 임기가 2년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상 경사노위 위원은 18명으로,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불참해 17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9명은 파행에 빠진 경사노위의 전면 개편을 건의하며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 가운데 문 위원장과 박태주 상임위원을 뺀 7명은 1년 이상 임기가 남아 있다.

사표를 안 낸 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을 포함한 당연직 위원 5명과 사퇴를 거부한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 3명이다.

청와대는 이달 말∼다음 달 초 경사노위 개편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재임명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사퇴를 거부한 근로자위원 3명은 해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중 청년 근로자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위원장에서 물러나 경사노위 위원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은 지난 2월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가 내놓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에 반발해 본위원회를 보이콧함으로써 파행에 빠뜨렸다.

이들은 한국노총의 추천을 받아 위원이 됐지만, 한국노총의 설득작업도 통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들을 해촉해 한국노총의 추천으로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을 새로 위촉하면 경사노위는 2기 출범과 동시에 정상화할 수 있다.

문제는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소수 계층 근로자위원을 '외과수술' 식으로 쳐내는 게 사회적 대화를 위해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경사노위는 기존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기구로, 주요 노사단체 대표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 중견기업 등 소수 계층 대표를 추가했다. 사회 변화에 맞춰 다양한 소수 계층의 목소리를 사회적 대화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경총이 주도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에 반대해온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을 해촉하고 주요 노사단체에 순응적인 위원으로 교체한다면 소수 계층 대표는 '들러리'에 불과함을 확인하는 셈이 될 수 있다.

경사노위의 출범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사노위가 지난 3월부터 파행을 거듭해온 동안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의 보이콧을 원만하게 해결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사노위 내부에서는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의 본위원회 의결을 일단 보류하고 근로자위원 3명의 참석을 끌어내 사회적 대화를 계속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근로자위원 3명도 탄력근로제 합의의 의결을 보류한다면 본위원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의 본위원회 의결을 보류하는 것은 합의의 무게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한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일각에서는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해 탄력근로제 합의가 전체 노사정의 공감대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요 노사단체는 경사노위의 첫 성과라고 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 합의의 본위원회 의결을 강하게 요구해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의 본위원회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한국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 속에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경사노위 출범 당시 경사노위를 '자문 기구'가 아닌 '의결 기구'로 생각한다며 힘을 실어줬다.

정부는 경사노위의 장기 파행을 더는 방치할 수 없지만, 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경사노위의 출범 취지를 퇴색하게 해서도 안 되는 딜레마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됐다.

경사노위의 정상화를 위해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위원을 해촉하고 문성현 위원장을 재임명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 위원장도 경사노위의 파행을 못 막은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과 함께 경사노위를 이끌어온 박태주 상임위원은 오는 28일 임기 종료와 함께 물러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문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9명의 사의 표명은 경사노위 정상화를 위한 결단"이라며 "하루빨리 위원회를 정상화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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