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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性愛칼럼]백수 정완영의 시조 사랑

 

백수 정완영 선생은 교과서에 실린 ‘조국’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대표적인 현대시조시인입니다.

1919년 경북 금릉군 봉산동에서 태어나셨으니 금년이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9년 첫 시조집 채춘보(採春譜)을 필두로 2005년 ‘내 손녀 연정에게), 2006년 (鄭椀永 時調全集-노래는 아직 남아) 등 10권이 넘는 시조집과 시조전집을 발간해 주옥같은 작품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습니다.

백수 정완영 선생은 생전에 시조를 얘기하면서 “뚝배기에 장맛”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습니다. ‘뚝배기’가 형식이라면 ‘장맛’은 내용일 것입니다. 그러나 ‘뚝배기’라고 해서 단순히 고정화되어 있는 시조의 형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운율의 장·단·완·급 안배도, 강·약의 조절도 유의하여 살펴보면 그 절묘한 운용을 살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내용의 차원이 아닌 수사적인 문제나 표현기법에서 시인만의 독특한 운용이 시조의 활력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정자아에 감정을 표시나지 않게 이입시키는 것도, 살아있는 비유도, 어미의 자유로운 활용과 변화도 새로운 서정성을 창출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을에 까치밥 홍시로 남아 있는 감을 보면서 “초가집 까만 지붕 위 까마귀 서리를 날리고/ 한 톨 감 외로이 타는 한국 천년의 시장기여”라고 했습니다. 한국 천년의 시장기에는 민족의 애환과 눈물과 슬픔이 다 들어 있습니다.

또한 뻐꾹새 울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이 산 저 산 바위 놓는다” 뻐꾹새가 재재거리면서 우는 새가 아니라 간격을 두면서 행간에 울림을 가지고 있는 “뻐꾹 뻐꾹”을 바위를 놓는 것으로 표현을 한 것입니다. 절묘하면서도 기가 막힌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북 김천에서 이제 백수문화제 축제를 합니다. 음악발표회를 하고 거리장터가 만들어지는 것 외에도 백수문학상과 신인상, 시조 세미나, 백일장과 시화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8월 31일과 9월 1일 김천파크호텔과 직지공원에서 펼쳐질 이 행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까치가 깍 깍 울어야/ 아침 햇살이 몰려들고// 꽃가지를 흔들어야/ 하늘빛이 살아나듯이//엄마가 빨래를 헹궈야/ 개울물이 환히 열린다//작품<꽃가지를 흔들 듯이>

백수선생의 동시조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입니까. 물론 냇가에서 빨래를 헹구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하더라도 대자연의 까치와 햇살과 하늘빛으로 이어지는 확산의 의미가 결국 인간 세계의 풍정(風情)까지를 바꾸어 나가는 시상이 일품입니다. 현대시조는 이렇듯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모든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출할 수 있는 당당한 장르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세계에 하나 뿐인 시조를 사랑해주는 일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고 가락에서 한국인의 운율감을 느껴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시조를 사랑하는 마음만을 가져만 주는 것으로도 이 작품에서 환히 열리는 물줄기가 시조단에 새로운 100년을 기운차고도 유장하게 열어 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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