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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경기도 성평등기본조례’ 개정 재고돼야

 

 

 

경기도의회는 지난 달 6일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종교계를 중심으로 경기도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핵심이유는 ‘사용자(민간인)는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의무부과 조항을 신설한 데 있다. 필자가 판단하건대, 이 조항은 자치법규 기본원칙에 어긋나며, 실효성도 극히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조례의 기본원칙에 대해 살펴보자.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조례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상위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하여 조례로 시민에게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법의 취지나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비추어 볼 때 조례개정은 무효로밖에 볼 수 없다.

기본원칙상의 또 다른 결함은 공적 법체제 밖의 규범과 사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가 법률이나 다른 대부분의 자치단체 조례와는 달리 굳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다양한 성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성소수자는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이분화를 넘어 동성애자(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사회에는 도덕규범, 종교규범, 관습규범 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오히려 이러한 규범들이 성문법규보다 더욱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런 것들도 면밀히 파악하여 법체제로 통합해야 한다. (박상기외 12인, 법학개론 참고).

두 번째로 실효성 측면을 검토해 보자. 사람들은 보통 눈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만 판단하지, 그 사람이 성 소수자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지 않은 현실에서 한 직원이 성 소수자임을 밝힌다면 (밝히기도 쉽지 않겠지만), 직장 내에 의사소통과 인간관계에 장해가 야기될 수 있음을 우려할 것이다.

따라서 처벌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나라보다 매우 보수적이다. OECD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 한국국민은 동성애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이가 77,6%로서 터키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이다 (제6차 세계가치조사, 2010~2014). 또한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 (2018년 0.98명)을 보이고 있는 국가재앙에 직면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도 이런 형태의 조례 개정은 생뚱맞다.

국민 대다수는 성소수자가 선천적인 현상인지 사회적으로 선택한 결과인지, 어떤 유형이 있으며, 어떤 고통을 안고 사는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회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을 넓히는 일이다. 이어서 이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보호하는 정책방안 마련을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사회적 환경으로 인해 성소수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성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에서는 트랜스젠더를 하나의 정신장애로 보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페미니즘 작가 벨훅스는 미국에서 특권층 백인여성들은 흑인 같은 소수민족 여성의 낮은 임금, 가족폭력, 미혼모 등의 근본적인 다양한 여성문제를 외면하고 마치 페미니즘을 ‘자기네가 이룩해 놓은 전유물이며 자기네가 진정한 리더라고 굴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의회는 편안한 책상에 앉아서 실효성 없는 몇 줄의 문장을 넣는 것으로 성소수자 권익옹호의 선도자라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나라 빈곤여성과 성소수자가 처한 문제가 무엇인지 성찰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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