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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과거로 방향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

행복의 조건 모두 갖춘 ‘잭’
아들 삼킨 고래를 쫓으면서
흔들리는 삶을 재구성해 담아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흘러갈 뿐이기에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 책의 제목 ‘잭과 잃어버린 시간’은 잭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것은 산산조각 난 과거와 무의미해진 현재, 또 공허한 미래를 의미한다.

잭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작품은 이러한 의문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얽혀 있는 시간의 타래를 풀어 잭의 삶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잭은 원래 괴팍하거나 퉁명스러운 성격이 아닌, 유순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예쁜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어, 남들이 보기엔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야기가 가팔라진다.

안개가 몹시 짙던 어느 날 아들 쥘로가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잭이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있는 회색 고래가 아들을 꿀꺽 삼키는 장면으로, 그의 삶이 까마득히 곤두박질하는 순간이었다.

잭은 그 순간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돌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즉 아내에게나 집으로, 혹은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부대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다투기도 하지만, 사소한 갈등까지 녹여내어 이해하면서 삶의 지표를 발견해간다.

잭은 그 사실과 무관하게 자기 안에서 웅크린 채 삶의 방향을 잃고, 마침내 자신마저 잃어버린다.

아들을 삼킨 회색 고래를 쫓는 처절한 집념도 쥘로가 ‘자기를 꼭 닮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기애에서 비롯된 일종의 집착인 것이다.

이런 비틀린 심리에 가려 집, 아내, 이웃 같은 공존의 관계는 지워져 버린다.

작품 속에서 주목할 점은, 아빠와 아들은 어엿한 이름이 있고 줄곧 그 이름으로 호명되지만 아내에게는 자기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잭이 정처 없이 바다 위를 떠도는 동안 아내는 ‘완전한 침묵 속에서’ 고통 받는 존재로 가슴이 타들어 간다.

그런데 잭은 자신이 겪는 불운과 고통을 아내에게 털어놓을 생각이 없다.

자신의 결정이 중요할 뿐이고, 아내의 생각과 심정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완벽한 가족은, 사실 잭을 제외하고는 주체가 아니라 대상일 뿐이다.

특히 아내는 이야기의 그늘에만 머물다가 마지막에 비로소 등장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아내의 시각에서 재구성해 보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아내가 작품 말미에 미지의 영역인 바다로 떠난 것은 어쩌면 그녀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첫 번째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나친 집념과 자기 확신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던 의미와 가치가 하루아침에 뒤집힌다면 그 뒤에 남은 삶은 어떻게 될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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