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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신불립(無信不立)

 

 

 

“정신과 행동의 불편을 겪는 분이나 좌절과 상심으로 행려나 노숙으로 고초를 겪는 분들 보다 더 불행한 이는 영적 장애인이다. 존재 자체가 거룩함이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축복” 이라고 ‘무지개 선물’과 ‘동행’의 저자이자 작은예수 수녀회 원장인 윤석인 수녀가 자신의 저서에 남긴 글이다. 그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장애인 수녀였다.

너의 기쁨도 나의 기쁨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삶의 기쁨을 함께 어우르며 살아가는 맑고 맑은 삶, 너의 아픔도 나의 아픔도 모든 괴로움을 서로 나누는 동행의 삶이 곧 영적인 삶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가 바로 가정일 것이다. 가족이라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유체가 아닐 뿐만 아니라 능력으로도 소유할 수 없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삶의 여정에서 돌출되는 불의의 사고, 예기치 못한 인연과 슬픔 등 모든 것을 함께 보듬어 품어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고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앉은 적 없는 의자처럼 그지없이 외로운 것이 인생이라지만, 자기 자신과 만나고 낳아 키워 주신 부모와 또 한집안에서 태어난 형제자매가 공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께서 주신 특별한 선물 꾸러미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행복, 기쁨, 평화 등의 목적가치와 부귀, 권세, 명예 등의 수단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목적가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돼야 할 수단가치가 이미 누리고 있는 목적가치와 대등하다고 판단되는 지도자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인 정의의 기본을 모르는 편협한 협량의 지도자라고 한다. 반대로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라는 ‘무신불립’이 요즘 계속 주변에 머물고 있다.

대공황의 절정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민여러분! 지금 우리가 있는 장소에서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사용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합시다. 우리가 가진 것은 절망과 문책과 비난이 아니라 희망과 격려와 위로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포기와 중단이 아니라 인내와 새출발 입니다”라고 호소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혼자 지내면 소리없이 울고 싶다”라는 롱펠로운의 싯구처럼 울고 있는 국민들에게 슬픔에는 눈물이 명약이라면서 함께 아파하며 맘껏 우시라고 위로할 줄 아는 정서가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지도자가 그립고 기다려지는 날들이다.

지난 달 18일 청와대의 5당 대표회담의 여섯분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병철, 정주영 회장이 떠올랐다. 왠지 모를 씁쓰레한 서글픔에 눈을 감게 됐다.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바라보면서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다면 질환의 초기증상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를 움켜쥐고 미래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문 사설, 칼럼만 읽어도 국민의 소리와 염원을 가늠하고 국정을 미래지향적으로 희망의 기대감을 주는 게 그렇게 요원할까. 과학자와 전문가의 지혜와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각계각층의 고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면 그건 무신불립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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